“새누리당 2중대” 비난 들은 文…“나가라” 물세례 맞은 金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7일 21시 08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7일 오후 나란히 광주 동구 금남로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전야제 행사에 참석했다. 국가보훈처와 시민단체들이 모인 ‘5·18 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가 18일 별도의 기념식을 여는 상황에서 여야 대표가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전야제에 모습을 드러낸 것.

김 대표는 새누리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시민단체 주관의 전야제를 찾았지만 물세례를 당하는 등 격렬한 항의를 받은 끝에 결국 30분 만에 자리를 떠야 했다. 문 대표도 4·29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혁신기구’를 출범시키고 쇄신안을 내놓기로 하는 등 갈등봉합에 나섰지만 광주 민심은 여전히 싸늘했다.

○쇄신안 약속했지만…싸늘한 광주 민심

“아야 너거들은 뭐여, 뭣하러 왔냐.”

광주 거리를 행진하던 문 대표에게 한 70대 노인이 이렇게 말했다. 친노무현(친노)계와 호남을 주축으로 한 비노(비노무현)계의 갈등으로 불편해진 광주 민심이 그대로 반영된 듯 했다.
문 대표는 이날 오후 6시경 광주 남구 중앙로 광주공원에서 광주·호남 의원과 원내대표단 20여 명과 함께 전야제 장소까지 행진을 시작했다. 하지만 곳곳에서 시민들은 “‘새누리당 2중대는 각성하라” “문재인은 사퇴하라” “호남을 더 이상 팔아먹지 말라”는 구호 등을 외치며 행진을 막기도 했다. 문 대표는 시종관 굳은 표정으로 전야제 자리를 지킨 뒤 오후 8시 20분경 숙소로 이동했다.

이날 문 대표는 박지원 의원을 포함해 박주선 의원 등 광주·전남 의원들을 만났지만 어색한 인사만 나눴다. 문 대표가 “공천 지분을 요구하는 세력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식의 미발표 성명서가 공개된 지 첫 공식만남 이었다.

중도성향으로 분류되는 전북 출신의 유성엽 의원은 페이스북에 “정치공학적 술수로 자파의 패권을 유지하려는 세력은 ’친노‘의 가면을 벗어라”며 “나는 친노 대신 노무현을 모욕하는 ’모노‘라고 부르겠다”고 비판했다. 박지원 주승용 등 광주·전남 의원들은 18일 5·18 행사 직후 문 대표를 배제한 채 오찬 회동을 함께 할 예정이다. 사실상 문 대표와 친노에 대한 성토의 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광주에 공 들였지만 물세례받은 김무성


김 대표는 이날 오후 7시 10분경 김영우 새누리당 대변인, 김학용 비서실장, 주영순 국회의원 등 지지자 20여명과 함께 5·18전야제 무대 뒤편인 광주 동구 금남로 옛 전남도청 5·18민주광장에 도착했다. 김 대표가 나타나자 50대 시민 한명이 “뭣하러 왔냐”고 외치며 항의했다. 김 대표는 주변의 동요에도 불구하고 무대 앞쪽 바닥에 앉았다. 그러자 일부 흥분한 시민 3, 4명이 김 대표에게 종이와 물을 던지며 거칠게 항의했다.

행사 주최 측은 무대방송을 통해 “시민은 앉고 김무성은 나가라. 계속 앉아있으면 행사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반복했고 행사장 앞쪽에서는 ‘나가라’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결국 김 대표는 행사장을 빠져나왔고 일부 흥분한 참석자들은 500m정도를 따라가며 추격전을 벌이기도 했다.

한편 김 대표는 18일 열리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부를 예정이다.

광주=이형주기자 peneye09@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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