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사실이라면…2007년 경선자금 ‘판도라 상자’ 열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0일 19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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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9일 자살 직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상황을 언급하면서 경선자금의 실체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성 회장은 당시 박근혜 캠프의 직능총괄본부장이었던 허태열 전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서너 차례에 걸쳐 현금 7억 원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직능총괄본부장이라면 수백 개 직능단체 대표들을 일일이 만나야 하는 자리다. 성 회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박 대통령의 경선자금을 둘러싼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셈이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은 ‘사실상의 본선(本選)’으로 인식될 정도로 치열하게 진행됐다. 박근혜 후보 캠프는 이명박 후보 캠프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자금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실제 당시 후원회 기부금도 이 후보 캠프가 18억800만 원을 거둔 데 비해 박 후보 캠프는 13억7300만 원으로 4억 원가량 적었다.

박 대통령이 ‘깨끗한 선거’를 강조하면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사비를 털어 캠프를 꾸려 가는 상황이었다. 500만 원 이상 고액 기부자 가운데 박 후보 캠프는 국회의원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친박(친박근혜)계가 십시일반으로 경선자금을 마련한 것이다. 그해 6월 14일 허 전 실장도 박 후보 캠프에 1000만 원을 후원했다. 고액 기부자 가운데 성 회장 이름은 없었다.

경선자금이 딸리면서 박 대통령과 당시 캠프의 좌장이었던 김 대표가 여러 차례 충돌하기도 했다. 당시 김 대표는 경선자금이 부족하자 박 대통령에게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을 팔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살던 중구 신당동 집으로 옮길 것을 건의했다고 한다. 삼성동 자택 매각대금 중 일부를 선거자금으로 쓰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제가 언제 돈을 쓰라고 했느냐”며 김 대표를 질책했다.

이런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캠프를 어렵게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만약 허 전 실장이 성 회장에게서 수억 원의 경선자금을 받았다면 박 대통령의 이미지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성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그쪽(박근혜 캠프) 메인(핵심 인사들)에서는 (내가 경선자금을 지원한 사실을) 다 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박근혜 캠프 핵심 인사들이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 최 부총리,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 등 모두 현 정부의 실력자들이라는 점에서 ‘경선자금 7억 원 제공설’은 파괴력이 만만치 않다. 성 회장이 후원회를 통하지 않고 허 전 실장에게 돈을 건넸다면 불법 정치자금이다. 다만 불법 정치자금의 공소시효가 7년이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밝히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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