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46용사 5주기]정부 관심 뒷전… 씁쓸한 생존장병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7일 03시 00분


외상후 스트레스 - 부상 후유증에도 복무중인 32명 年1회 심리상담뿐
전역한 26명은 그것조차 없어

“내 남편이 그런 대접을 받으면 화가 날 것 같아요.”

21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만난 천안함 폭침 사건 희생자 고 최정환 상사의 부인 최선희 씨(38)는 다섯 살 난 딸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최 씨는 최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한 천안함 관련 세미나에 참석했다. 주제는 천안함 생존 장병을 위한 지원 문제였다. 세미나는 참석자가 많지 않아 썰렁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최 씨는 “우리는 국민들과 국가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생존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너무나 부족하다”며 씁쓸해했다.

천안함 폭침 사건의 생존자는 58명. 현역으로 계속 복무 중인 32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역을 했다. 지금까지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S) 치료를 위한 지원이나 예우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불현듯 떠오르는 ‘그날’의 기억 때문에 몸서리치는 것은 물론이고 ‘패잔병’이라는 비아냥거림을 접하고 좌절하기도 한다. 생존 장병 출신인 라정수 씨(26)는 “심리치료라는 걸 제대로 받아본 기억도 없거니와 그게 필요한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현재 군의 심리치료는 계속 현역에 복무 중인 장병들을 위한 연 1회의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이 전부다. 유족들은 천안함 폭침 때 부상을 입어 일상생활이 불편한 일부 생존자를 돕고 있다. 생존 장병 출신인 신은총 씨(30)는 당시 다리에 부상을 크게 입어 아직까지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유족들은 지난해 신 씨에게 100만 원을 전달했다.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심리치료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개인적으로 생존 장병의 심리치료를 맡았던 김세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은 사건 발생 6개월 이후에도 생길 수 있다. 그 당시 증세를 보이지 않았다고 해서 이후에 생기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며 “치료가 늦어 만성화될수록 위험하니 꾸준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전=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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