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46용사 5주기]“네 이름 딴 양로원 짓고 싶었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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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차균석 중사 아버지의 한숨

“당분간은 진행이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나라를 위해서 목숨 바친 아들을 위로하기 위해서였는데….”

차분함을 유지하려 애썼지만 결국 아쉬운 마음까지는 감추지 못했다. 5년 전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큰아들 차균석 중사를 잃은 아버지 차상률 씨(54·사진)의 이야기다.

차 씨의 아내는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막내아들(24)은 사회복지학을 공부했다. 큰아들을 잃기 전부터 차 씨는 온 가족이 함께 양로원을 운영하는 꿈을 꿨다. 차 중사의 순직으로 아버지의 바람은 구체화됐다. 그는 아들의 이름을 딴 양로원을 짓기로 마음먹었다.

천안함 폭침 사건 얼마 뒤까지만 해도 그가 사는 제주도의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은 그와 만난 자리에서 앞다퉈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 생겼다. 제주 서귀포시에서 감귤농장을 운영하는 그는 농장 부지를 떼어 내 양로원을 지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 땅에 연결되는 도로가 양로원 설립 기준에 미달된다는 것을 발견했고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약속을 지키지 못했지만 아들을 기억하는 차 씨의 마음은 5년 전과 다름이 없다. 26일 국립대전현충원을 방문한 차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들이 잠시 배 타고 멀리 나가 있다’고 생각할 뿐”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아들의 방을 정리하지 않았다는 차 씨의 목소리에는 그리움과 함께 약속을 지키지 못한 미안함이 녹아 있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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