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지나도록 北 사과 못받아내”… 아쉬움 가득한 추모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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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46용사 5주기]

26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천안함 용사 5주기 추모식에는 각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왼쪽부터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정의당 천호선 대표. 대전=청와대사진기자단
26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천안함 용사 5주기 추모식에는 각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왼쪽부터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정의당 천호선 대표. 대전=청와대사진기자단
천안함 폭침 5주년인 26일 천안함 46용사를 기리는 정부 차원의 추모식을 비롯한 각종 행사가 전국에서 거행됐다.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이날 오전 국립대전현충원 현충광장에서 열린 ‘천안함 용사 5주기 추모식’에는 천안함 전사자 유족과 생존 장병을 비롯해 여야 정치권과 정부 주요 인사, 시민, 학생, 군 장병 등 5000여 명이 참석했다.

○ 전국적인 추모의 물결

추모식은 추모 영상물 상영, 헌화 및 분향, 추모사, 추모 공연의 순서로 진행됐다. 추모 공연은 국민의 영상 메시지와 유족 및 동료, 천안함 46용사 모교의 후배 학생들의 메시지, 성악중창단 유엔젤보이스가 선도하는 추모곡(불멸의 용사) 부르기 등으로 진행됐다. 무대 중앙에 설치된 영현단은 이달 초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사전 추모 행사 ‘국민과 함께 부르는 천안함 용사’에 참여한 시민 1000여 명이 ‘추모의 벽’에 작성한 글을 활용해 꾸몄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추모식과 안보결의대회 등 행사를 열었다. 부산역 광장에선 ‘천안함 5주년 추모 및 부산 범시민 나라 사랑 결의대회’가 학생과 시민 등 3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지방보훈청 주최로 진행됐다. ‘천안함 46용사’ 출신학교에선 추모식과 사진전, 안보 교육, 추모 글 남기기 등의 행사가 이어졌다.

해군은 이날 전 장병이 참가하는 해양수호 결의대회를 각 부대에서 열었다. 각 부대는 결의문을 낭독하고 묵념하는 행사에 이어 해상 기동훈련과 긴급 출항 훈련, 적 도발 대비 대응 절차 훈련 등 군사 대비 태세 확립에 나섰다.

27일 서해 백령도에서는 ‘천안함 46용사 위령탑’ 참배 및 해상 위령제가 해군본부 주관으로 거행된다.

○ “정부가 북한의 사과 받아 내도록 노력해야”

“북한의 수많은 도발이 있었지만 정부가 한번이라도 북한의 사과나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 낸 적이 있나요.”

천안함 5주년 추모식에 참석한 고 박석원 상사의 아버지 박병규 씨(천안함 46용사 유족회장)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담겨 있었다. “천안함 폭침을 포함해 국군과 국민의 생명을 앗아간 수많은 사건이 있었지만 북한이 사과한 것은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뿐이었다. 그나마 미군이 피해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가 뭘 했는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박 씨는 “야당 대표가 늦기는 했지만 천안함을 폭침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공당인 야당의 대표가 5년이나 지나서야 공식으로 인정했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의 정치 현실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으로부터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평화가 한반도에 정착해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모식장을 나오기 전인 오전 11시경 박 씨는 다른 유족들과 함께 천안함 46용사 묘역을 찾았다. “지금쯤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렸을 텐데. 5년이 지났지만 또래 젊은이들만 보면 모습이 아련해요. 그래서 음모론 같은 말도 안 되는 얘기들에 분통이 터지죠….”

유족들은 전날 대전에 모여 같이 잠을 잔 뒤 26일 천안함 5주년 행사에 참석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지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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