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도발하면 그곳이 무덤” 서해 함정 함포들 일제히 불뿜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5일 14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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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원 전투배치!”

천안함 폭침 5주기를 이틀 앞둔 24일 오후 충남 태안군 서쪽 90㎞ 해상. 천안함과 동급 초계함인 신성함(1200t) 최지훈 함장(해사 50기·중령)의 명령이 떨어지자 장병 110여 명이 일제히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곧바로 함정의 주포인 76㎜, 40㎜ 함포가 천둥 같은 폭음을 내며 가상 적 함정을 향해 불을 뿜었다. 훈련에 참가한 해군 장병들은 적의 어떤 도발도 철저히 분쇄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사수하겠다는 의지로 충만했다.

해군이 이날 실시한 서해해상기동훈련은 실전을 방불케 하는 긴장감과 결연한 의지가 느껴졌다. 훈련에는 신성함을 비롯해 한국형 구축함인 을지문덕함(3200t)과 신형호위함 인천함(2500t), 유도탄고속함 한상국함(400t) 등 10여 척의 함정이 대거 참가했다.

함정들은 꼬리를 문채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진형을 바꿔가며 고난도의 전투배치 및 기동훈련을 진행했다. 이어 대공훈련을 시작으로 사격훈련이 진행됐다. 가상적기를 향해 함포들이 일제 사격을 실시하자 서해상은 고막이 터질 듯한 포성으로 뒤덮였다.

함포의 충격이 채 가시기 전 신성함과 청주함의 선체가 기우뚱하면서 크게 선회하는 동시에 다른 함정들과 대잠훈련 진형을 갖췄다. 함장의 명령과 장병들의 복창이 이어지면서 적 잠수함을 향한 폭뢰가 투하되자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10m 이상의 물기둥이 치솟았다.

대함 사격훈련 때는 을지문덕함의 사거리 23㎞의 127㎜ 함포를 비롯해 각 함정의 함포들이 일제히 화염을 내뿜었다.

‘천안함 46용사’인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씨가 기탁한 아들의 사망보험금과 성금으로 해군 2함대 초계함에 2정씩 장착된 ‘3·26 기관총(K-6 기관총)도 사격훈련에 동참했다.

3·26 기관총 사수인 양만석 중사(31)는 “적이 도발하면 그동안 훈련한대로 적함을 향해 방아쇠를 당길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며 “내 손으로 반드시 명중시키겠다”고 말했다.

6개월 함정근무를 마쳤지만 계속 함정에 남겠다고 자원한 정진교 일병(22)은 “천안함 46용사들의 희생정신을 뼈에 새겨 적이 도발하면 그곳을 무덤으로 만들 각오가 돼 있다”며 “끝까지 싸워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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