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민동용]새누리 ‘제 눈의 들보’는 안보이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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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용·정치부
민동용·정치부
새정치민주연합이 10일 오전 9시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초선거 무공천’ 철회를 공식 발표했다. 직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안철수 대표를 빗대 “오늘도 철수(撤收)하나”라는 식의 비아냥거림이 섞인 비판이 쏟아졌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안 철수’한다고 했다가 ‘철수’했으니 이름(철수)이 불명예스러운 트레이드마크가 됐다”며 “본인이 만든 V3백신은 바이러스를 잡아놓고, 자신은 말 바꾸기로 약속위반 바이러스만 만들었다. 이제 그만 다운(down)될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 대표의 정계 은퇴까지 촉구했다. 심 최고위원이 ‘다운’이란 단어를 언급하자 황우여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이처럼 박장대소할 상황인지는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2012년 대선 직전인 12월 10일, 새누리당은 ‘세상을 바꾸는 약속-책임 있는 변화’라는 제목의 정책공약집을 내놨다. 이 책의 380쪽에서 새누리당은 “투명하고 민주적인 운영을 위한 정당 개혁을 위해 기초단위의 장(長)과 의원은 정당공천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공천 폐지를 위한 법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이 약속을 아주 쉽게 뒤집었다. 자신들의 공약 파기는 없던 일로 하고 남의 잘못에만 돌을 던지라는 얘기인가.

최 원내대표는 그간 안 대표를 향해 “기초선거 무공천은 당원과 국민의 뜻과 다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1년 4개월 전 당원과 국민의 뜻도 모른 채 기초선거 공천 폐지를 약속하고, 이를 담은 정책공약집까지 발간했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이 대선 당시 ‘아집’을 부린 것인지도 묻고 싶다. 최 원내대표가 안 대표의 기초선거 공천 폐지론에 ‘아집’이라며 비난해왔다는 점에서다.

최 원내대표는 11일 “여야 모두 다소 무리했던 공약으로 국민께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크게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했을 것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먼저 선거 룰 혼선을 초래한 데 대해 책임을 지고 자중자애해야 한다.

민동용·정치부 mindy@donga.com
#새누리당#새정치민주연합#기초선거 무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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