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검사들 “檢간부끼리 치고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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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공방]

“이렇게 된 마당에 사실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방송 생중계로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벌어진 검찰 간부끼리의 국정감사 폭로전 서막을 연 것은 윤석열 여주지청장이었다. 윤 지청장의 폭로가 잇따르자 “자세한 것은 진상조사 후 말씀드리겠다”는 말을 반복하던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도 입을 열었다.

윤 지청장은 작심한 듯했다. “저에 대해 (진상)조사나 감찰을 하면 되지, 수사를 책임져야 할 분이 전혀 보고도 못 받은 것처럼 언론 플레이를 하고 수사 자체를 완전 불법인 것처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윤 지청장이 특유의 우렁찬 목소리로 발언을 계속 이어가자 조 지검장은 처음에 당혹스러워하다가 점점 굳은 표정으로 변했다. 조 지검장도 낮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윤 지청장의 행동을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윤 지청장이 집에 와서 보고한 것에 대해 ‘절차에 흠결이 있는 보고’라고 하다가 중간에 흥분한 듯 ‘야매(속임수)로 넘어간 것’이라는 속어까지 써가며 비난했다.

조 지검장은 “(윤 지청장이) 이렇게 항명이라는 모습으로 가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라고 말하는 대목에선 급기야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두 사람의 공방은 서로 반박에 재반박이 이어지며 저녁 늦게까지 계속됐다. 국감장에 앉아 있는 검찰 간부들은 좌불안석인 듯했다. 간간이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쉬는 모습도 보였다. 휴식 시간에 만난 한 검찰 관계자는 말했다. “이런 국감은 처음이다. 서로 협조해서 수사를 잘해야 하는 검찰이 완전히 갈라진 모습을 보였다.”

밖에서 국감을 지켜본 검사들도 마찬가지 반응이었다. “국감에서 의원들은 보이지도 않았다. 의원들이 깔아놓은 멍석에서 검찰 간부끼리 알아서 치고받은 꼴이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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