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지지자 “사퇴 철회” 1인 시위 무소속 안철수 전 대선후보의 서울 종로구 공평동 사무실 앞에서 25일 한 지지자가 후보 사퇴 철회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안철수 전 대선후보는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24일 새벽 지방으로 내려갔다. 캠프 관계자는 25일 “본가가 있는 부산과 처가가 있는 전남 여수 등을 돌며 친지들과 그동안 도와준 인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 수행팀도 해산했고 경호팀은 경찰로 복귀했다.
캠프는 27일 해단식을 열기로 했다. 이때 안 전 후보는 참모 및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향후 행보를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해단식에서는 안 후보가 자신의 진로에 대해 정리된 생각을 밝혀야 하지 않겠나”라며 “해단식이 출정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큰 관심사는 안 전 후보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지원할지다. 민주통합당은 물론이고 새누리당도 이 대목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안 전 후보가 사퇴 기자회견에서 ‘백의종군’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문 후보 캠프에서 공식 직책을 맡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사퇴 회견에서 격앙된 어조로 단일화 과정의 문제점을 언급했을 정도로 감정의 상처가 있는 만큼 어느 정도의 시간과 명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3일 사퇴 회견에서 ‘새로운 정치’를 언급하며 “온몸을 던져 계속 그 길을 가겠다”고 밝힌 만큼 정치쇄신을 화두로 대선 공간에서 나름의 역할을 찾으려 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안 전 후보는 사퇴 회견문도 메시지팀의 초안 작업 없이 직접 작성했다고 한다. 캠프 안팎에서는 22일 오전 문 후보와의 직접 담판이 결렬된 직후 “숙고의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을 때부터 이미 후보 사퇴를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후 ‘전권 대리인’ 카드에 마지막 기대를 걸었지만 23일 오후 이 역시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자 최종적으로 마음을 굳혔다는 것.
사퇴 결심은 그만큼 전격적이었다. 23일 오후 7시 반경 ‘8시 20분 안철수 후보 기자회견’이 취재진에게 문자메시지로 공지된 직후 캠프 핵심 참모들에게 ‘8시까지 캠프로 오라’는 연락이 갔다. 저녁식사 중이던 참모들은 깜짝 놀라 캠프로 복귀했다. 15명 안팎의 본부장, 실장 등이 모인 대회의실에서 안 전 후보는 담담하게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제가 대통령후보로서도 영혼을 팔지 않았으니, 앞으로 살면서 어떤 경우에도 영혼을 팔지는 않으리라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고 조광희 비서실장이 트위터에서 밝혔다. 안 전 후보는 ‘앞으로 진로는 어떻게 되나’라는 질문에 “정치쇄신, 새 정치의 길은 계속 이어가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비장한 분위기였으며 반대한 참모는 없었다고 한다. 회의실 밖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던 캠프 관계자들은 곳곳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안 전 후보의 친구이자 최측근인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도 오랜 침묵을 깼다. 5월 9일 ‘저술을 위해 그리스를 방문 중’이라는 취지의 글을 트위터에 마지막으로 올렸던 그는 23일 트위터에 “검산도해(劍山刀海·칼로 만들어진 산과 바다를 헤쳐 나가야 하는 숙명이라는 뜻)를 알몸으로 건넌 존경하는 친구의 아름다운 도전을 잊지 않겠다”고 했다. 이어 “새 정치를 꿈꾸는 정치인에게 ‘측근’이라 불릴 수 있는 존재는 부담일 뿐이라 여겨 돕지 않는 것이 가장 크게 돕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가 힘들어 할 때도 말 한마디가 누가 될까 그냥 아프게 삼켜야 했다”며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토로했다. 박 원장은 이번 주에 그리스로 다시 출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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