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선후보 사퇴]安, 출마선언에서 백의종군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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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석달전 “국민이 날 불러내”… 26일 남기고 “내려놓겠다”

‘새로운 정치를 위한 안철수의 정치실험’은 두 달여 만에 야권 후보 단일화 벽에 가로막힌 채 미완으로 남게 됐다.

안 후보는 대선을 꼭 3개월 앞둔 9월 19일 “저에게 주어진 시대의 숙제를 감당하려 한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정치가 바뀌어야 우리의 삶이 바뀌고, 변화의 열쇠는 국민에게 있다”며 ‘정치 쇄신’을 전면에 내세웠다. 정치권의 혁신이 먼저라며 일단 독자 행보를 이어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한 바퀴를 이루고 혁신 경제가 다른 한 바퀴를 이뤄 선순환하는 ‘두 바퀴 경제론’을 주창했다.

특히 “대통령이 군림하고 통치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며 대통령의 권한 축소를 약속했고 국민에게 고통 분담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이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며 국회의원 정수 축소, 중앙당 폐지 또는 축소를 통한 원내 정당화, 정당 국고보조금 축소 같은 정치개혁안을 제시했다. 정치권에선 정당정치의 축소를 가져올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안 후보는 일찌감치 이달 10일경 종합정책을 발표할 것을 예고했고 이때까지 단일화 논의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출마 선언 이후 유지되던 높은 지지율이 11월 들어 정체 또는 하락세로 나타나자 안 후보 캠프에선 위기감이 감돌기도 했다.

안 후보는 예정보다 앞당겨 5일 야권의 심장인 광주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단일화를 위한 회동을 제안했고 6일 두 후보가 만나 단일화를 위한 공동 합의문을 발표하면서 대선 정국은 급격히 단일화 이슈로 빨려들어 갔다.

그러나 안 후보가 단일화의 조건으로 내세운 새정치공동선언 협상 과정부터 두 후보 측은 삐걱거렸다. 12일 단일화 방식 협상이 시작됐지만 이틀 만인 14일 안 후보 측이 문 후보 측의 ‘안철수 양보론’ 등 언론플레이와 조직동원 의혹을 이유로 단일화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안 후보는 16일 “문 후보가 국민이 요구하고 민주당 내부에서 이미 제기된 당 혁신 과제들을 즉각 실천에 옮겨 달라”며 승부수를 띄웠다. 18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사퇴하고 두 후보가 회동해 단일화 협상이 재개됐지만 양측 불신의 늪이 너무 깊었다.

안 후보 측이 여론조사와 함께 제안한 ‘양측 지지자를 대상으로 한 공론조사’가 문 후보 측에 거부당하고 양측이 난타전을 벌이면서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두 후보가 22일 다시 만났으나 여론조사 방식을 둘러싼 입장차만 확인한 채 헤어졌다. 이후 안 후보 측이 단일화 방식의 최후통첩을 내놓고 양측이 23일 협상에 돌입했으나 끝내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모두가 ‘단일화가 물 건너가는 건가’ 하는 순간에 안 후보는 전격적으로 후보직을 던졌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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