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2012 정책으로 선택을]5년마다 쪼개고 살리고 만들고… 어느 길로 가든 ‘큰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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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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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조직 개편

‘임대료조정위원회’ ‘일자리청(廳)’ ‘ICT부(部)’….

내년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렇게 생소한 정부 조직들이 대거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해양수산부와 과학기술부 등 과거 통폐합됐던 ‘올드보이 부처’들의 부활도 예고된다.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위원회, 합의기구도 여러 개 설립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정부조직 개편론이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다. 새로 만들거나, 다시 살리거나, 더 키우겠다는 공약이 대부분이다. 부처 수만 놓고 본다면 모든 대선후보가 ‘큰 정부’를 지향하는 셈이다. 그러면서도 조직 확대에 필요한 재원 마련, 커지는 정부의 효율성 확보 방안에 대한 대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 대체로 “신설·부활·확대”


정부조직 개편에 가장 적극적인 쪽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다.

문 후보는 해양부와 과기부, 정보미디어부(정보통신부) 등 현 정부 들어 통폐합된 부처들을 다시 살리겠다고 약속했다. 또 중소기업청을 ‘중소기업부’로 승격시키고 국가청렴위원회, 사회적경제위원회, 국가일자리위원회를 따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8일에는 일자리 창출을 실무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일자리청’이라는 조직도 신설하겠다고 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현재 15부인 정부부처를 18부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신의 경제공약인 창조경제론을 뒷받침하는 ‘미래창조과학부’, 정보방송통신(ICT) 산업 육성을 위한 ‘ICT부’, 기존의 해양부 부활 등이 주된 내용이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국가의 미래전략을 종합적으로 짜는 ‘미래기획부 신설’을 중심으로 해양부 부활, 중소기업청 확대 개편 등을 공약하고 있다. 특히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국민합의기구, 재벌개혁위원회 및 교육개혁위원회, 자영업자의 임대료 급등을 억제하기 위한 임대료조정위원회도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 “표를 위한 정치쇼”

새 정부조직이 생기면 공무원 수도 따라서 증가하기 마련이다. 업무의 총량은 같아도 총무과, 비서실 등 관리·지원부서를 부처마다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관료의 수는 업무량과 관계없이 늘어난다는 ‘파킨슨의 법칙’도 거론한다. ‘작은 정부’를 모토로 했던 현 정부도 지난해까지 임기 4년간 국가공무원 수를 2만 명 가까이 늘렸다. 행정전문가들은 특히 한국의 성장잠재력이 둔화된 상황에서 공공부문이 비대해지면 재정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벌써부터 다음 정부는 ‘위원회공화국’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정부조직이 너무 자주, 급격하게 바뀐다는 점이다. 5년마다 ‘붙였다, 뗐다’를 반복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 등 선진국은 수십 년 동안 부처의 편제와 이름을 유지한다. 미국의 경우 가장 최근에 신설된 부처는 9·11테러 이후 2002년 설립된 국토안보부다.

전영한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는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내각이 추진했던 2001년 일본의 정부 조직 개편도 10년 이상 준비기간이 있었고, 프랑스 등도 부처 단위의 개편은 많지 않다”며 “이에 비하면 우리의 조직개편은 이익집단이나 지역주민의 표를 얻기 위한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 공무원들 극심한 피로감 호소


관가는 술렁이고 있다. 일부 부처는 조직 확대에 따른 위상 강화를 기대하지만 대체로 5년마다 반복되는 개편에 피로감을 호소한다. 특히 다음 달 세종시로 이전하는 부처 직원들은 “이러다가 세종시로 갔다가 두 달 만에 다시 이삿짐을 싸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우선 현 정부 들어 ‘공룡 부처’로 몸집을 키운 지식경제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정통부 부활, 중소기업부 신설, 우정사업본부 독립 등 각 대선후보들의 공약이 현실화하면 부처가 산산조각 난다. 금융·재정 부처들의 혼란도 크다. 국제금융 부문을 갖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새누리당 일각의 ‘금융부’ 신설 의견에 반발하고 있다. 세 후보가 일제히 해양부 부활을 내세우면서 과거 해양부 조직을 물려받은 국토해양부, 농림수산식품부도 정치권의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제부처의 한 당국자는 “대선이 치러지는 해에는 매번 표심을 노린 조직개편론이 나왔지만 이번에는 세종시 이전 등이 맞물려 공무원들의 분위기가 더 뒤숭숭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대선 정책#정부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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