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盧-金 대화록 국정조사” 野 “황당한 날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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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체여부 놓고 논란 격화

2007년 10월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대화를 담은 ‘비공개 대화록’이 있다는 주장이 대선 정국을 흔들고 있다. 새누리당은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섰고, 민주통합당과 당시 정상회담 참석자들은 “날조”라며 정면 대응할 방침이어서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논란은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8일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비공개 대화록의 존재를 주장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도 “두 정상의 대화를 따로 문서로 정리한 게 있다. 그러니까 내가 보고 말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북한이 9월 말 국방위 대변인 성명으로 이런저런 말을 하지 않았느냐. 북측이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관련한 우리 제안이 틀리다 어쩌고 하니 오픈(공개)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북한 국방위 정책국은 지난달 29일 ‘남측의 NLL 고수 주장은 남북 공동 합의의 경위와 내용을 모르는 무지의 표현’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대규모 경제지원과 관련해 ‘(정권이 바뀌기 전에) 대못질을 해야 한다’며 밀어붙였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에 대해 당시 정상회담에 참여했던 인사들은 “황당하다”며 전면 부인하고 있다. ‘진실게임’이 벌어지는 형국이다.

관건은 우선 노 전 대통령과 김정일이 배석자 없이 대화했는지 여부다. 정 의원은 “2007년 10월 3일 오후 3시 백화원 초대소에서 남북 정상은 단독회담을 했다”고 주장했다. 공식 기록으로는 2007년 10월 3일 오후 2시 45분∼4시 25분 배석자가 참석한 회담이 진행됐다.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은 “배석자를 물리고 두 정상이 단독으로 대화를 나눈 시간은 1초도 없었다”고 말했다.

배석자들이 있는 상황에서라도 노 전 대통령이 과연 김정일에게 “NLL은 미국이 땅따먹기 하려고 제멋대로 그은 선이다” 등의 발언을 했는지, 그런 발언을 기록한 비공개 대화록이 있는지도 주장이 엇갈린다. 당시 정상회담의 공식 대화록은 청와대와 국정원에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은 “(공식) 녹취록 말고 따로 존재하는 것이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재정 당시 통일부 장관은 9일 코리아연구원이 주최한 특강에서 “정 의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비밀 녹취록을 봤다면 이는 위법”이라며 “모든 정상회담은 양측이 함께 녹음하지만 후임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의 녹취록을 볼 수 없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2007년 회담도 녹음한 것으로 안다. 하지만 비밀 회담은 없었고 비밀 녹취록도 없는데 정 의원의 주장은 말이 안 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전 장관 등 회담 배석자들은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어느 쪽 주장이 진실인지는 당장 판가름하기 어렵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야 대선후보들의 대북정책은 10·4선언에 대한 태도를 기준으로 보다 뚜렷하게 나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이철우 원내대변인은 이날 “노 전 대통령이 10·4선언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김정일에게 100조 원의 퍼주기 회담을 했다는 등의 주장이 제기돼 충격”이라며 국정조사 실시를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어처구니없다”고 일축했다. 민주당 정성호 대변인은 “없는 일까지 날조하는 작태는 지양돼야 한다”며 정 의원의 공식 사과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정상회담#대화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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