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 공천헌금 수사]“조씨, 서울역 3층 한식당서 루이뷔통 가방에 3억 옮겨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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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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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헌금 제보 정동근씨 주장으로 재구성한 ‘3월15일’

“안 줬다” 현기환 전 의원에게 3억 원의 공천헌금을 건넨 의혹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 현영희 의원이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해명을 마친 뒤 나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안 줬다” 현기환 전 의원에게 3억 원의 공천헌금을 건넨 의혹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 현영희 의원이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해명을 마친 뒤 나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새누리당 공천헌금 의혹사건의 제보자이자 현영희 의원의 수행비서였던 정동근 씨(36)가 2, 3일 이틀간 부산지검에서 조사를 받았다. 정 씨는 자신이 주장하는 공천헌금 전달 과정을 상세히 기록한 핵심 자료를 검찰에 제출했다. 공천헌금을 전달했다고 주장한 올 3월 15일 시간대별 상황도 상세히 진술했다. 검찰은 그의 진술이 비교적 구체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번 주말까지 정 씨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한 뒤 다음 주부터 관련자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 “서울역에서 쇼핑백으로 3억 전달”


정 씨가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에 따르면 공천헌금 전달 시점은 3월 15일 오후. 그는 부산진구 범천동 S빌딩 15층에서 현영희 의원을 만났다. 이 건물 15층에는 현 의원 남편인 부산 사업가 임모 씨가 2005년 설립한 Y장학재단 사무실이 있다.

정 씨는 오후 2시경 사무실에 먼저 도착했고 한 시간 뒤 현 의원을 만났다고 주장했다. 현 의원이 이 자리에서 은색 쇼핑백을 건네며 “3억 원인데 서울로 가 조기문 씨에게 건네라”며 줬고, 정 씨는 곧장 KTX를 타고 서울역에서 조 씨를 만나 쇼핑백을 건넨 뒤 함께 식사를 하러 갔다는 것. 정 씨는 돈을 건네기 전 스마트폰으로 쇼핑백 사진을 찍어 놨다.

정 씨가 선관위에 제출한 쇼핑백 사진은 돈다발이 직접 보이는 게 아니라 종이 등으로 가려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백화점 쇼핑백에는 5만 원권은 5억 원, 1만 원권은 1억 원가량을 담을 수 있다.

정 씨는 “조 씨가 서울역 3층 한식당에서 미리 준비해 온 루이뷔통 가방에 현금을 옮겨 담은 뒤 현기환 전 의원에게 전화했지만 ‘회의 중이라 통화가 어렵다’고 하자 곧바로 ‘만나자’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현 전 의원이 ‘알았다’는 답을 보내왔다”고 진술했다. 이 밖에도 정 씨는 올 초 현 의원이 부산지역 정치인 3, 4명에게 본인 또는 차명으로 300만∼500만 원씩 전달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채널A 영상] “현금 3억 든 쇼핑백을 받은 뒤 KTX를 타고…”

○ “돈 주는 장면은 못 봤다”

정 씨는 “서울역에서 조 씨가 ‘내가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말해 그 자리에서 헤어졌고, 조 씨가 현 전 의원에게 돈을 건넨 장면을 직접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조 씨와 현 전 의원이 만났다면 서울의 한 호텔일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는 정 씨의 구체적인 진술과 함께 선관위가 현 의원의 금융거래 자료를 조사해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돈이 입출금된 내용이 핵심 증거다. 다만 문제의 돈이 현 전 의원에게 건네졌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없는 상태다.

또 정 씨는 홍준표 전 새누리당 대표에게 2000만 원이 건네진 의혹에 대해서도 “조 씨에게 2000만 원을 전달했다. 조 씨가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 가서 전달하겠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다만 그는 “돈을 건네지는 상황을 내가 직접 보지는 않았다”고 했다. 검찰은 정 씨와 조 씨를 대질신문할 계획이다. 검찰은 ‘배달사고’의 가능성도 확인 중이다.

한편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수권)는 4·11총선을 앞두고 선진통일당에서 거액의 공천헌금이 오간 의혹에 대해 중앙선관위의 고발이 접수됨에 따라 3일 수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당 차원에서 비례대표 후보 10명에게 차용금 명목으로 3억 원을 요구하는 내용의 공문 등 관련 자료를 선관위로부터 넘겨받아 살펴보고 있다. 또 조만간 관련된 당직자들을 소환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공천헌금#현기환#현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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