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남 “姜대표 체제 힘 실어준 것” 궤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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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진 ‘李-金 제명 무산’ 주역

통합진보당 김제남 의원이 이석기, 김재연 의원 제명안 표결에서 무효표를 던진 데 대해 27일 “이석기 의원에게 승리를 안겨준 것이 아니라 강기갑 대표 체제에 봉사할 수 있도록 노역형을 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정적 1표’로 당의 운명을 뒤바꾼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구 당권파가 화합하지 않으면 중단 없는 혁신이라는 목표를 수행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혁신이라는 문을 열지도 못한다”며 이같이 강변했다. ‘구당권파에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강 대표 체제에 힘을 실어 준 것”이라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았다.

앞뒤가 안 맞는 주장은 기자회견 내내 이어졌다. 그는 “두 의원을 제명한다면 화합은 불가능한 일”이라면서도 ‘두 의원이 자진사퇴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네”라고 답했다. ‘제명안을 부결시켜 놓고 중단 없는 혁신을 얘기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는 지적에는 “신구 당권파가 단합할 때 혁신의 힘이 생긴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김제남 의원은 “25일 중앙위에서 양측이 갈등하느라 회의 안건조차 상정하지 못하는 것을 본 이후에 (무효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의 궤변에 신당권파는 공황상태에 빠졌다. 전날 부결 사태의 책임을 지고 원내대변인에서 물러난 박원석 의원은 “당 혁신을 좌초시킨 자가 혁신을 말하는 것은 심각한 자가당착”이라고 비난했다. 이지안 부대변인은 “한국 정치사 최고의 궤변”이라고 비꼬았다.

구당권파조차 김제남 의원의 선택에 대해 “이석기, 김재연 의원과 함께 ‘정치적 화형대’에 오르는 것을 감수했다”며 놀라워했다. 당 일각에서는 “NL계(민족해방계열) 선배들의 끊임없는 설득작업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트위터 등에서는 “이석기에 대한 의리 지키고 국민 등에 칼 꽂다” “진보의 원흉” 등 김제남 의원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웃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자신에 대한 제명안이 부결된 다음 날인 2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활짝 웃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웃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자신에 대한 제명안이 부결된 다음 날인 2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활짝 웃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녹색연합 사무처장 출신인 김 의원은 NL계에 뿌리를 두고 있는 구당권파와 가깝다. 이정희 전 공동대표가 총선 비례대표 후보로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의 원인이 됐던 ‘일심회’ 간첩 사건 판결문에 포섭대상으로 명시돼 있다.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정혜진 인턴기자 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  
#김제남#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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