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경선 흥행몰이에 착잡한 새누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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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승리후 다시 웰빙모드”… 대선 낙관론 우려 목소리

25일 서울 영등포구 새누리당사. 이날 충남 천안시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지역순회 경선 4라운드(충청권)에서 이해찬 후보가 김한길 후보를 누르고 재역전에 성공하며 다시 선두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새누리당 관계자들은 씁쓸한 표정이었다. 열흘 전의 새누리당 5·15전당대회가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고 조용히 막을 내린 것과 대조적으로 민주당은 선두 후보들끼리 연일 엎치락뒤치락하며 ‘흥행몰이’에 성공하고 있는 것을 부러운 눈길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근 새누리당 내에서는 “대선을 7개월여 앞둔 여당치고는 너무 활력이 없는 것 아니냐”는 걱정스러운 얘기도 나온다. 당 지도부가 친박(친박근혜)계 일색으로 짜여 주요 현안에 반대 목소리가 나올 수 없는 구조가 되면서 표면적으로 당은 잡음 없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긴장감이 너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당직자는 “솔직히 걱정이다. 총선 때는 지면 끝이라는 위기감 때문에 악착같이 뛰었는데 막상 승리하고 나니 당 전체가 특유의 ‘웰빙 모드’로 돌아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총선 이후 비박(비박근혜)계 대선 주자들이 잇따라 출마 선언을 하면서 대선 분위기를 주도하기도 했지만 이들의 지지율이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이 열기마저 일치감치 식어 버렸다. 통합진보당 사태로 야권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면서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과 유력 대선 주자인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지율이 다시 높아지자 ‘이대로만 가면 대선은 쉽게 이기겠다’는 섣부른 낙관론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당 관계자는 “1997, 2002년 대선에서 패배할 때 드러났듯이 근거 없는 대세론과 낙관론은 ‘달콤한 독약’일 뿐이다. 민주당이 새 지도부를 선출한 후 당을 정비하고 통진당 사태도 마무리되면 언제 분위기가 바뀔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런 새누리당의 착잡한 분위기 속에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새누리당을 자극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국민이 지지하고 새누리당 일부에서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오픈프라이머리를 (박 전 위원장이) 정략적 계산으로 저버리는 건 국민의 의사를 저버리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는 천안에서도 “박 전 위원장이 5년 전의 (대선 경선 패배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무리수를 두고 있다”며 “전당대회에서 완전히 박근혜 벽돌공장에서 박근혜표 벽돌을 찍어내다 하나(심재철 최고위원·친이계)를 실수한 것이다. 이제 사무총장(서병수 의원)마저도 박근혜표 벽돌을 또 찍어 냈다”고 비아냥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새누리#민주 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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