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수로기구 ‘동해 병기’ 또 무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7일 03시 00분


아무런 결론없이 논의 종결
일본해 표기 해도 발간은 막아

국제 해도(海圖) 제작의 기준이 되는 ‘해양과 바다의 경계’ 책자에 동해를 병기하려던 정부의 시도가 이번에도 무산됐다. 모나코에서 나흘째 열리고 있는 국제수로기구(IHO) 총회는 23, 25일에 이어 26일에도 동해 병기 문제를 안건으로 올렸으나 한국과 일본이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자 아무런 결론 없이 논의를 종결했다.

한국 대표단은 26일 회의 후 브리핑에서 “IHO에서 앞으로 일본해 단독 표기는 불가능하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날 일본이 제안한 사실상의 일본해 단독 표기 방안을 지지한 회원국이 하나도 없었던 만큼 앞으로 IHO에서 이를 다시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5년 뒤인 2017년에 열리는 다음 총회에서 이 문제를 놓고 한일 양국 간의 치열한 외교전이 다시 벌어질 가능성도 낮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이번 총회에서 중국을 비롯한 일부 회원국은 S-23으로 불리는 ‘해양과 바다의 경계’ 제3판(1953년 발간)을 아예 폐기하자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단은 “전자해도가 발전하는 현 상황에서 S-23이 더는 의미가 없다는 회원국들의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일본해로 단독 표기된 제4판 발간을 막은 것만으로 선방했다고 보고 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국제회의에서 일본해 단독 표기는 안 된다고 선언한 셈이기 때문에 우리 측의 노력이 성공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본해 단독 표기는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이번 총회의 또 다른 중요한 의미다”라고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해양과 바다의 경계’ 제3판의 일본해 단독 표기가 그대로 유지되는 만큼 정부의 동해 병기 시도는 좌절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8월 김성환 외교부 장관이 내외신 브리핑에서 “궁극적인 목표는 동해의 단일 표기”라고 했던 호언도 무색하게 됐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다른 책자들에 동해 병기를 확산시키려는 정부의 캠페인과 외교적 노력은 계속된다”며 “S-23은 이런 노력 가운데 하나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국제수로기구#동해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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