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대선후보 되면 지사직 사퇴”… 하루만에 태도 바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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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퇴하면 오세훈 前시장과 다른게 뭐 있냐고 말하는 사람 많아”

김문수 경기지사가 대선 출마 선언 하루 만에 도지사직 사퇴를 놓고 태도를 바꿨다.

김 지사는 23일 기자들을 만나 “도지사직을 언제까지 유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선 경선에 당선될 때까지”라고 답했다. 이어 “(대선 후보로) 선출이 안 되면 그냥 (도지사직을) 한다는 얘기”라며 “도민들 중에는 ‘당장 (대선 후보가) 되지도 않는데 도지사직을 사표 내면 (중도에 사퇴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다를 게 뭐가 있느냐’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전날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기자들에게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하려면 도지사직을 사퇴해야 한다”며 “빠른 시간 내 신변을 정리한 뒤 가급적 빨리 예비후보 등록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들이 “일주일 정도 걸리느냐”고 되묻자 “특정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구체적 시기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도지사직 사퇴를 기정사실로 언급한 것이다.

현행법상 예비후보로 등록하려면 도지사직을 사퇴해야 하지만 경선에 참여할 때는 꼭 사퇴할 필요는 없다. 김 지사가 태도를 바꾼 이유는 막대한 보궐선거 비용 등 비판 여론을 감안한 것이다. 김 지사 측은 지사직 문제를 놓고 오락가락한 데 대해 “새누리당에서도 지사직 사퇴에 대한 우려가 높다”며 “예비후보로 등록할 때 국회의원은 직을 유지할 수 있는데 도지사는 직을 내놓아야 하는 것은 매우 불공정하다. 현재 헌법소원을 내기 위해 조언을 구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김 지사는 도지사직을 유지한 채 전국으로 ‘광폭 행보’에 나선다. 24일은 대구에서 특강을 통해 ‘TK(대구·경북)의 적자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아닌 자신이라는 점’을 부각시킬 계획이다. 25일에는 자유총연맹 회원들과 전북 고창 선운산 산행을, 28∼29일에는 부산을 찾는다.

대선 출마 선언 당시 박 위원장에 대한 비판을 자제했던 김 지사는 하루 만에 포문을 열었다.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에 대한 박 위원장의 부정적 반응에 대해 그는 “약속은 과거의 것이고 비전은 미래의 것이다. 비전을 갖고 도전을 택할지, 아니면 약속만 계속 이야기할지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이회창 전 총재 시절 이 총재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경선룰이 불공정하다며 탈당까지 결행했다가 실패하고 복당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지사의 최측근인 차명진 의원은 “지금은 박 위원장 1인 지배정당이다. 경선 룰을 고칠 수 없다는 주장은 독재적 발상”이라며 “박 위원장이 경선 룰 변경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제2의 이회창’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몽준 전 대표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변화를 두려워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발상 아닌가요”라며 “국민의 참여를 거부하면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나요”라고 반문했다.

김 지사는 친박(친박근혜)계에서 제기한 ‘청와대 배후설’을 놓고도 각을 세웠다. 김 지사는 “대통령과는 최근 몇 달 동안 전화통화를 한 적이 없고, 청와대 사람을 만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김 지사 측은 “박 위원장이 오히려 청와대와 합작 공천을 하지 않았느냐”며 “청와대 배후설이 친박 의원의 개인적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박 위원장을 잘못 모시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김문수#대선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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