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정현]中, 국제법 따라 탈북자 처리한다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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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현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연구센터 연구위원
조정현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연구센터 연구위원
중국은 탈북자 처리에서 “국내법과 국제법, 그리고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신중하고 적절히 문제를 처리하고 있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여러 국제법의 조항을 무시하고 있다.

중국이 1982년 9월 24일 가입한 ‘난민지위협약’은 제33조에서 “체약국은 난민을 인종, 종교, 국적, 특정사회 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그 생명이나 자유가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영역의 국경으로 추방하거나 송환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이 바로 난민에 대한 강제송환금지원칙(농르풀망 원칙·principle of non-refoulement)을 규정한 것이다. 비록 ‘난민’이란 단어가 사용됐지만 내용상 여기서 지칭한 ‘난민’은 난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즉 ‘비호를 구하는 자(asylum-seekers)’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해석되고 있다. 탈북자가 북한으로 강제송환되면 ‘생명이나 자유가 위협받을 우려가’ 매우 높음에도 적절한 난민인정절차를 거치지 않고 강제송환하는 행위는 중국이 난민지위협약상 강제송환금지 의무를 위반하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주는 것이다.

중국이 주장하는 대로 탈북자 중 다수가 경제적 이유로 월경했으며 중국의 판단으로는 국제법상 난민이 아니라 하더라도 진정한 난민이 소수라도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 그들을 위한 적절한 난민인정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이 당사국인 중국의 의무이다. 탈북자들이 정식 난민지위 인정절차를 밟게 된다면 그중 대다수는 북송 시의 정치적 처벌 가능성을 근거로 난민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 1988년 10월 비준한 ‘고문방지협약’에도 강제송환금지원칙이 규정돼 있다. 고문방지협약 제3조에서 ‘어떠한 당사국도 고문받을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는 다른 나라로 개인을 추방·송환 또는 인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그 대상이 난민뿐 아니라 모든 인간에게 적용된다는 점에서 난민지위협약보다 적용대상이 넓다. 또 제3조의 강제송환금지원칙은 해석상 ‘고문’은 물론이고 정도가 덜한 기타 ‘학대행위’에도 적용됨으로써 적용범위가 상당히 넓다. 또 난민지위협약 제33조에서 금지한 ‘추방’ 및 ‘송환’에 더해 고문방지협약 제3조는 범죄인 ‘인도’도 금지하고 있다.

중국이 북한과 1986년 체결하고 1998년 개정한 ‘변경지역의 국가안전과 사회질서 유지업무를 위한 상호협력 의정서’에는 ‘주민의 불법월경 방지업무’(제4조), ‘범죄자 처리문제를 (북한과) 상호 협력(제5조)’, ‘범죄인, 불법월경인 등의 인계 절차(제9조 2항)’ 등이 규정돼 있다. 이를 근거로 중국은 양자조약상 탈북자의 북송 의무를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조약상 의무는 그 구체적 내용이 국제법상 ‘충돌이 허용되지 않는 강행규범’에 위반된다면 원천적으로 무효이다. 고문금지 및 관련 강제송환금지는 국제법상 대표적 강행규범이다. 중국 당국도 1993년, 2000년, 2007년 고문방지위원회에 제출한 국가정기보고서에서 중국 범죄인인도법 제8조의 내용을 원용하며 고문금지협약 제3조상의 강제송환금지원칙은 중국의 양자조약상 인도, 송환 내지 인도 의무에 우선한다고 밝혔다.

탈북자들에게 불법입국을 이유로 난민지위 인정절차에의 접근을 차단하는 것, 유엔난민기구(UNHCR)의 탈북자 접근을 차단하는 것, 30만 명에 달하는 중국계 베트남 난민과 탈북자를 차별하는 것 등도 각각 난민지위협약 제31조, 제35조 및 제3조를 위반한 소지가 농후하다.

중국은 이상에서 언급된 국제법적 의무를 준수해야 하는 동시에 스스로도 표방하고 있는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탈북자를 강제송환하는 비인도적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주요 국제인권협약에 가입한 당사국으로서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면 국제사회가 왜 탈북자 강제송환에 크게 우려하는지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조정현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연구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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