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空約’ 남발하는 교육감 선거]
경쟁하듯 ‘선심성 현금 공약’
“운전면허-어학시험 응시비 줄것”… “충치-교정 등 치과 진료비 지원”
권한밖 약속도 수두룩
“자사고-외고, 일반고로 전환”… “고1부터 교육감 선거 투표권”
6·3 지방선거를 1개월여 앞두고 서울과 경기 교육감 예비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선심성 현금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과거 교육감 공약이 무상급식, 무상교복 등 보편적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등하교 교통비, 치과 진료비, 운전면허 취득 지원 등 직접 돈을 뿌리는 경쟁으로 변화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절대평가 실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등 교육감 권한을 넘어서는 공약을 남발하는 후보도 많다.
교육감 직선제가 2007년 시작돼 올해로 20년째를 맞았지만 정책 대결은 실종된 채 후보들이 정치적 성향을 은근히 드러내거나 실행하지 못할 공약을 내놓는 등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권자들이 교육감 후보 이름도 제대로 모르는 ‘깜깜이 선거’로 치러지는 상황에서 교육단체 등이 나서서 후보와 공약을 검증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 치과비, 교통비, 운전면허 지원에 중1에 100만 원씩
동아일보가 30일 서울시와 경기도교육감 예비후보로 등록한 11명의 공약을 분석한 결과 현금성 지원을 약속한 공약이 다수였다.
서울에서는 진보 진영 단일 후보로 선출된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초중고교생 등하교 교통비를 전액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현장체험, 수학여행, 방과 후 이동 교통비는 물론이고 초중학생의 수학여행 등 현장체험학습 무상화도 공약했다. 진보 성향 후보인 홍제남 한국교원대 겸임교수는 전 학생 대상의 무상 교통비와 방학 중 무상급식을 약속했다. 보수 성향 후보인 김영배 예원예술대 부총장도 무상 교통카드 지급을 내세웠다.
경기 지역에서는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지난해 예산 372억 원을 배정해 고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운전면허증 취득비를 지원한 데 이어 어학시험,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등의 응시비까지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중학교 3학년부터 고교 3학년까지는 독감 예방접종비도 지원한다.
경기도교육감 진보 진영의 단일화 후보로 뽑힌 안민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학교 1학년 학생에게 100만 원의 ‘씨앗교육펀드’를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6년간 위탁 운용한 뒤 고교 졸업 후 대학 진학이나 사회에 진출할 때 수익금으로 돌려준다는 구상이다. 저소득층 학생에게는 충치, 신경치료, 교정 등 치과 진료비도 지원한다. 진보 성향의 유은혜 전 교육부 장관은 모든 고등학생에게 연간 10만 원씩 교육기본소득을 지원해 문화, 체육 등 활동에 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교육감 권한 넘는 공약도 수두룩
시도 교육청이 아닌 교육부 권한이거나 법 개정 사항을 공약으로 제시한 사례도 많다. 정 교육감은 서울시립대 무상화, 주요 대학 정시 비율 권고 폐지, 내신과 수능 절대평가 중심의 대입 재설계 등을 내걸었다. 서울시와 공동으로 추진하거나 시도교육감협의회를 통해 공론화하겠다고 했지만 모두 교육감의 권한을 넘는 사안이다.
서울시교육감 예비 후보인 진보 성향의 한만중 전국교육자치혁신연대 상임대표는 자사고와 외국어고의 일반고 전환을 다시 추진해 사교육 수요를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한 대표는 “정부와 소통하겠다”고 밝혔지만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가능하다. 서울시교육감 보수 진영의 단일 후보로 뽑힌 윤호상 한양대 겸임교수는 사교육 절감 방안으로 초등학교 영어 교육 시작 시기를 현행 3학년에서 1학년으로 낮추겠다고 약속했지만 교육과정 개편이 필요해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가 담당해야 한다. 안 전 의원은 교육감 선거 투표권을 고교 1학년부터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역시 교육자치법 개정이 필요하다.
정치적 중립성 등을 감안해 교육감 후보는 정당 공천을 받지 않고 무소속으로 출마한다. 하지만 일부 후보들은 넥타이, 상의 등을 빨간색이나 파란색으로 입으며 특정 정당과의 연계성을 드러내고 있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감 선거는 유권자 관심이 높지 않고 잘 모르는 후보에게 투표할 때가 많아 후보들이 특정 정당을 암시하거나 표심을 잡기 위해 현금성 공약을 제시하기 쉽다”며 “교육단체가 후보 공약을 검증하고 비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명예교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과한 공약은 철회하게 하고 특정 색깔을 쓰지 못하게 하는 등 객관적인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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