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인사이트]리드타임 격차, 동네 카페가 두쫀쿠 승자인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4월 30일 23시 06분


구글 ‘나노바나나’로 생성한 AI 이미지
구글 ‘나노바나나’로 생성한 AI 이미지
올해 1월 중순 서울 시내 작은 베이커리에 아침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매장 문에는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 오후 2시 이전 소진’이라는 공지가 붙어 있었다. 같은 시각, 국내 대형 제과 프랜차이즈 본사에는 긴급 대책 회의가 열렸다. 두쫀쿠 관련 신제품 기획부터 원재료 수급, 품질 검토, 가격 책정까지 모든 절차가 평소보다 빠르게 돌아갔다. 그러나 신제품이 출시될 무렵, 편의점에는 두쫀쿠 파생 상품이 서너 종씩 진열됐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두쫀쿠 끝물’이라는 표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대기업이 아닌 소규모 자영업자가 단기 유행(fad·for a day)의 수혜를 입는 이유는 의사결정에서 실행까지의 경로 길이, 즉 ‘리드타임’의 차이에 있다. 소규모 베이커리에는 사실상 리드타임이 없다. 아침에 소셜미디어에서 두쫀쿠가 히트하는 것을 보고 당장 다음 날 판매를 시작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의사결정자가 적고, 품질 검토 프로세스가 가벼우며, 실패해도 감당할 수 있는 규모이기 때문이다. 반면 대형 프랜차이즈는 사정이 다르다. 파리바게뜨는 올 1월 16일 서울 직영점 3곳에서만 ‘두바이 쫀득볼’ 한정 판매를 시작했다. 품질 검토와 전국 공급망 구성, 브랜드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절차 때문이다.

대기업의 신중한 행보는 병목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유행의 속도가 리드타임보다 빠르게 전개돼 기업이 평소보다 빠르게 움직여도 상대적으로 늦는 구조다. 사실 대왕카스테라, 흑당 버블티, 탕후루 등 식음료 업계에서 단기 유행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특히 두쫀쿠는 유행의 점화 속도가 전례 없이 빨랐다. 탕후루는 2023년 여름 유행의 정점에 달하기까지 약 1년간의 인기 확산 기간이 있었다. 반면 두쫀쿠는 숏폼 영상이 2025년 연말부터 급격히 확산되기 시작해 올 1월 17일 기준 구글 트렌드 관심도 100(검색량 정점)을 찍기까지 몇 주도 걸리지 않았다.

특히 ‘희소성 경험’이 바이럴의 연료가 되며 특정 상권이 아닌 전국에서 동시 점화가 일어났다. 두쫀쿠를 구하기 위해 매장에 줄을 서거나, 구매에 실패하며 소진 공지를 찍은 영상 등은 모두 다음 소비자를 끌어당기는 신호로 작동했다. 소비자들이 서울 시내 두쫀쿠 판매 카페의 실시간 재고를 공유하는 ‘두쫀쿠 맵’까지 등장했다. 소비자가 직접 희소성을 관리하고 추적하는 단계로 진화한 것이다.

유행을 정확히 포착하려면 검색량, 해시태그 수, 미디어 보도 건수 등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데이터만으로는 부족하다. 데이터는 유행이 정점에 도달한 이후 급증한다. 편의점 입점 시기와 매출 데이터,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 나타나는 체감도 등을 함께 살펴보면 상황을 더욱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다. 편의점이 두쫀쿠 관련 신제품을 쏟아내던 시기에 다른 사업장의 판매는 꺾이기 시작했다. 두쫀쿠 판매 사업장의 월평균 판매 건수는 지난해 연말 약 1000건에서 올해 들어 약 800건으로 감소세로 전환됐다. 그럼에도 편의점은 올해 2, 3월에도 관련 신제품을 출시했다. GS25는 2월 ‘두바이 김밥 모양 쫀득쿠키’가 사전 예약 10분 만에 5000개 완판됐다고 발표했다. 같은 시기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판매량이 줄었다”, “끝물”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편의점 완판은 거짓말이 아니다. 다만 편의점을 찾은 고객은 ‘나도 한 번쯤’을 채우는 후발 소비자로, 유행을 꾸준히 지탱할 저력은 부족하다.

이처럼 단기 유행의 흐름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유행이 증명한 트렌드의 뿌리를 기존 라인업에 이식하는 ‘전략적 편승’을 고려할 수 있다. 두쫀쿠 유행의 배경에는 식감 중심 소비, 이색 식재료에 대한 호기심, 소셜미디어 인증 소비 문화 등이 있다. 이는 단기 유행이 아니라 1∼5년짜리 트렌드에 해당한다. ‘식감 중심 디저트 라인 강화’라는 방향으로 접근하면 단기 유행의 사이클에 종속되지 않고 트렌드에 올라탈 수 있다.

3월에는 상하이 버터떡이 두쫀쿠의 빈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이번 유행에는 이전과 다른 특이점이 있다. 원산지인 중국에서 이미 유행이 끝난 상태로 한국에 상륙했고, 소비자들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버터떡을 구매했다. 혹자는 ‘억지 유행’이라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소비자가 유행의 수명을 인식하며 유행을 소비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트렌드에 민감한 기업이라면 유행을 예측하는 데서 만족해선 안 된다. 점점 더 까다로워지는 소비자들에게 지금의 유행이 구조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해석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방법까지 고민해야 한다.

※이 글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39호(4월 2호)에 실린 ‘두쫀쿠 열풍으로 본 유행 읽기’ 원고를 요약한 것입니다.
#두쫀쿠#단기 유행#소규모 자영업자#리드타임#전략적 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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