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비서-부속실 압수수색… 檢, 귀국 하루만에 박희태 정조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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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 자택도 압수수색… 與, 朴의장 자진사퇴론 확산
박근혜 “그쪽으로 알고 있다”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9일 국회의장 수석비서관실과 부속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영장을 집행해 의장 부속실까지 압수수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압수수색은 박희태 국회의장이 해외 순방에서 돌아온 지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검찰의 칼끝이 본격적으로 박 의장을 겨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상호)는 이날 오전 8시 20분경 검사와 수사관 10여 명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본관으로 보내 조정만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과 이봉건 국회의장 정무수석비서관 사무실, 함은미 국회의장 보좌관이 근무하는 국회의장 부속실을 압수수색했다. 이날 국회에 대한 압수수색은 220분간 진행돼 낮 12시가 넘어 마무리됐다. 검찰은 이날 오후 세 사람의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지난해 12월 중순에도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사건으로 국회의장 부속실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지만 당시 검찰은 국회의장 예우 차원에서 임의 제출 형식으로 수사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이날 조 수석비서관 등의 사무실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복제하고 휴대용 저장장치(USB)와 개인 서류 등을 포함해 압수수색 상자 한 개 분량의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그동안 해외 순방 중인 국회의장에 대한 예우와 배려 차원에서 압수수색을 미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오늘 압수수색은 (여러 의혹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수석비서관은 박 의장을 20년 이상 보좌해온 최측근 인사로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후보 캠프에서 재정과 조직관리 업무를 총괄했다. 그는 이달 11일 이후 휴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조 비서관을 출국 금지했다. 이 비서관은 박 후보 캠프에서 공보·메시지 업무를 담당했고 함 보좌관은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박 후보 캠프의 공식 회계책임자였다.

검찰 수사의 초점은 돈 관리를 맡았던 조 수석비서관과 함 보좌관에게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박 후보 캠프가 전당대회 당시 공식 선거사무소 외에 두 곳의 사무실을 미신고 상태로 운영한 정황을 파악했는데 두 사무실에서 쓰인 돈이 의혹의 핵심에 접근하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초유의 국회의장 비서실 압수수색에 대해 한나라당에서는 “당을 포함해 여권 전체에 부담이 되는 상황인데 의장이 더 버틸 수 있겠느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미 공개적으로 국회의장직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의장 사퇴 문제에 대해) 여러 의견이 제시됐고 원내대표 간 그런(자진 사퇴) 쪽으로 얘기가 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구의원들에게 돈봉투 살포를 지시한 혐의로 구속 수감된 안병용 한나라당 서울시 은평갑 당협위원장을 사흘째 불러 돈봉투 배포를 지시했는지와 조 수석비서관 등이 연루됐는지 등을 캐물었다. 또 검찰은 박 의장의 전 비서 고명진 씨 등의 2008년 이후 e메일 송수신 기록도 분석하고 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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