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총선과 대선을 뒤흔들 핵심 변수로 꼽힌 재외국민 선거가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가 될 처지다. 재외선거 등록률이 5%에도 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막대한 비용만 쓰게 생겼다. 정치권은 이런 결과를 충분히 예상하고도 이해득실만 따지다 재외선거를 부실하게 만드는 데 합심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1일 현재 재외선거 투표에 참여하겠다고 등록한 재외국민은 4만5926명으로 전체 대상자(223만3193명)의 2.06%에 불과하다. 지난 두 달간 등록률이 2%대에 머물면서 최종 등록률이 5%를 넘기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재외선거 등록은 다음 달 11일 끝난다. 등록률이 5%라면 투표율은 이보다 낮은 3∼4%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재외선거는 국내 선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지난해 이미 재외선거 홍보 등을 위해 80억 원을 썼고, 올해 선거에서는 213억 원이 쓰일 예정이다. 총선에서 재외선거 투표율이 5%로 재외국민 11만여 명이 투표에 참여한다면 표당 투입 비용은 26만여 원이 된다. 반면 국내에서 투표율이 2010년 지방선거 때와 같은 54%라면 표당 투입 비용은 1만2000원 수준이다. 재외선거 비용이 국내보다 21배나 높은 셈이다.
막대한 세금을 쓰면서도 재외선거의 도입 취지를 살리지 못할 것이란 전망은 일찌감치 나왔다. 당장 중국 푸젠(福建) 성 샤먼(廈門) 시에 사는 재외국민은 재외선거 투표 등록을 위해 비행기로 3시간 거리인 주광저우총영사관을 직접 찾아가야 한다. 광둥(廣東) 성 선전(深(수,천)) 시에 거주하는 재외국민 역시 재외선거 투표를 하려면 광저우총영사관까지 2시간 반 동안 차를 타고 가야 한다. 광저우총영사관이 관할하는 면적은 대한민국 영토의 3배 규모다.
이 때문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4월 공관 직원들이 공관에서 먼 지역을 돌아다니며 재외선거 등록 신청을 받자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 의견을 냈다. 한나라당 안상수 전 대표도 대표 시절인 2010년 10월 공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우편이나 인터넷을 통해 등록 신청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냈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이 반대하면서 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관계자는 “여야가 유권자의 편의보다는 누구에게 유리할지 ‘표 계산’만 하다가 결국 재외선거가 겉돌게 됐다”며 “정치권이 막대한 비용을 쓰고도 투표율을 낮추는 데 손을 잡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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