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홍준표-고립무원 손학규… ‘위기의 대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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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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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게 가라앉은 한나라 의총 9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홍준표 대표가 설화를 잇달아 일으킨 데 대해 “앞으로 농담도 가려서 하겠다”고 사과하는 것을 동료 의원들이 듣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무겁게 가라앉은 한나라 의총 9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홍준표 대표가 설화를 잇달아 일으킨 데 대해 “앞으로 농담도 가려서 하겠다”고 사과하는 것을 동료 의원들이 듣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위기의 남자들.’

요즘 한나라당과 민주당에서는 홍준표, 손학규 대표를 두고 이런 말들이 나온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사실상 ‘민심의 탄핵’을 받은 기성 정치권의 두 당의 대표가 수습책을 내놓기는커녕 계속 허우적대면서 퇴출 위기에 내몰려 있다. 지지부진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가 두 사람에게 ‘산소마스크’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 ‘막말 준표’, 사과는 했지만…

한나라당 홍 대표는 9일 최고중진회의에서 “대통령과 만나 정부와 청와대가 변할 일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정태근 의원 등 소장파 25명이 4일 “대통령을 직접 만나 국정 쇄신 내용을 직언하고 분명한 약속을 받으라”고 요구한 것을 수용한 것이다. 홍 대표 체제를 지탱해준 중심축이었던 소장파가 압박을 가한 것은 홍 대표의 입지가 그만큼 좁아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홍 대표는 그간 잇단 말실수로 스스로 리더십에 흠집을 냈다. 홍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 패배 이후 “이긴 것도 진 것도 아니다”며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발언을 했다. 8·24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는 개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개함조차 못했는데도 “사실상 이긴 것”이라고 했다가 ‘사실상 준표’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었다. 서울시장 선거 패배 뒤 첫 쇄신 행보로 마련한 대학생과의 타운미팅에서는 “이대 계집애들” “꼴같잖은 게 대들고” 등의 막말을 했다 곤욕을 치렀다. 인터넷상에서는 “‘보온 상수’(보온병을 포탄이라고 했다 붙여진 안상수 전 대표의 별명)에 이어 ‘막말 준표’”란 우스개가 급속히 퍼졌다.

홍 대표는 의총에서 재·보선 관련 발언에 대해선 “‘지방은 희망이 보인다’는 뜻에서 한 것인데 오만하게 비쳤다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각종 막말 논란에 대해선 “앞으로 농담도 가려서 하겠다”고 했다. 의총에서는 홍 대표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 소장파 의원은 “이미 홍 대표를 간판으로 총선을 치르기 힘든 것 아니냐”고 했다. 여의도연구소장인 정두언, 정책위 부의장인 김성식 정태근 의원 등 소장파 핵심들은 당직 사퇴를 선언했다.

○ 고립돼가는 손학규

민주당 손 대표는 점점 고립돼 가는 양상이다. 애초 손 대표의 ‘통합 신당’ 창당과 ‘통합 전당대회(원샷 경선)’에 동의했던 박주선 최고위원은 9일 최고위에서 “선거 때마다 새 정당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통합의 대상을 분명히 하라. ‘혁신과 통합’의 이해찬 전 국무총리 등은 복당 대상이지 통합 대상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 박준영 전남지사는 기자간담회에서 “‘무조건 통합’은 패배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지금 당의 분란은 리더의 문제”라며 손 대표를 정조준했다. 부산지역 시구의원 등 34명은 성명을 내고 손 대표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최측근이었던 김부겸 우제창 의원은 물론이고 지난해 10·3 전대와 4월 경기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때 조직책이었던 박양수 전 의원, 이강철 전 대통령정무특별보좌관도 손 대표와 결별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손 대표는 ‘혁신과 통합’ 문재인 상임대표와 첫 회동을 가졌다. 손 대표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손 대표 측 정장선 사무총장은 “12월 17일 통합 전대를 개최할 것을 민주노동당, ‘통합과 혁신’, 한국노총 등 야권 전체에 제안한다”며 “당의 독자 전대는 없다”고 밝혔다. 12월 17일은 손 대표의 임기 만료 하루 전날이다. 당권 주자인 박지원 의원은 “당내 의견 수렴 절차가 없었다. 어려운 때일수록 정도로 가는 것이 순리”라고 비판했다. 또 혁신과 통합은 ‘선(先) 민주 전대, 후(後) 통합 전대’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의 과정이 순탄하지 않아 보인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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