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공습 기착지’ 사용 원해
모리셔스에 주권 이양 합의했지만
英 “美 지지 있을때만 반환협정 추진”
영국 키어 스타머 총리. AP 뉴시스
영국의 ‘아프리카 마지막 식민지’ 차고스 제도의 주권 이양이 미국의 반대로 표류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11일 인도양 차고스 제도를 모리셔스에 반환하는 협정을 보류했다고 이날 밝혔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으로 미영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차고스 제도 반환을 당장 추진하기는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다.
차고스 제도는 인도양에 있는 60여 개 섬으로 이뤄져 있다. 영국은 1965년 식민지였던 모리셔스에서 차고스 제도를 분리했다. 이에 따라, 차고스 제도는 1968년 모리셔스가 독립한 뒤에도 영국령으로 남아 있다.
그동안 모리셔스는 차고스 제도가 자국 독립 직전 강제로 분리됐다며 주권을 주장해 왔다. 또 2019년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영국의 차고스 제도 분리가 국제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권고적 의견을 냈다. 이런 국제사회의 압박에 영국 정부는 지난해 5월 차고스 제도의 주권을 모리셔스에 이양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제도 내 디에고가르시아섬의 군사기지는 최소 99년간 연간 1억100만 파운드(약 2000억 원)를 내고 영국이 관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한 영국 내 입법 절차가 남은 상태다.
차고스 제도의 섬들 중 가장 큰 섬인 디에고가르시아에는 미국과 영국의 공동 군사기지가 있다. 1970년대에 설치된 이 기지는 1991년 걸프전, 2001년 아프가니스탄전, 2003년 이라크전 등이 발발했을 때 미군도 적극 활용했다. 인도양의 전략적 거점 역할을 해왔단 평가도 받는다. 특히 이 섬과 이란 수도 테헤란의 직선거리는 약 5250km로, 미 공군의 전략폭격기들이 이란 공습을 할 때 기착지 역할을 할 수 있다.
차고스 제도 반환과 관련해 영국 정부는 미국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미국의 지지가 있을 때만 반환 협정을 추진하겠다고 항상 밝혀 왔다”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문제를 두고 영국 등 유럽 주요국들과 갈등이 격화됐던 올 1월 돌연 “영국이 디에고가르시아에 대한 통제권을 잃어서는 안 된다. 이는 큰 실수”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2월 28일 이란을 공격하기 전 영국에 디에고가르시아 기지 이용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키어 스타머 총리가) 미영 관계를 망치고 있다”고 거칠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결국 영국 정부는 하루 만에 미군의 기지 사용을 허가했다.
한편 모리셔스 정부는 영국의 차고스 제도 반환이 보류되자, 관련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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