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종전MOU 막판 승인 거부… 더 센 수정안 다시보내”

  • 동아일보

백악관서 잠정합의한 초안 회의… “오바마보다 양보” 비판에 서명안해
핵-동결자금-호르무즈 이견 여전… 양측 휴전협상 다시 미궁속으로
미군, 이란행 선박에 미사일 공격… 이란 혁명수비대 “美드론 1대 격추”

고민 깊어지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대통령 전용차인 ‘비스트’를 타고 버지니아주에 있는 자신의 골프장으로 향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민 깊어지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대통령 전용차인 ‘비스트’를 타고 버지니아주에 있는 자신의 골프장으로 향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워싱턴 백악관 회의에서 미국과 이란 당국자들이 잠정 합의한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 초안을 승인하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이란의 핵 능력 억제, 미국이 동결 중인 대(對)이란 자산의 해제 관련 합의 내용이 미국 입장에서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해 이란 측에 수정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MOU 초안에는 두 나라 간 휴전 60일 연장, 핵 협상 개시, 호르무즈 해협 개방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일단 수용에 선을 그으면서 휴전 협상 출구를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중동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사령부는 같은 날 오만만에서 이란 항구로 향하던 서아프리카 감비아 선적 선박을 무력화했다고 밝히며 대이란 군사 압박을 이어갔다. 미군은 해당 선박이 해상 봉쇄 조치를 위반했다며 20차례가 넘는 경고를 보낸 뒤 ‘헬파이어 미사일’로 기관실을 타격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도 자국 영공에 진입한 미군 MQ-1 드론 1대를 격추했다고 주장하는 등 반격을 이어갔다.

● 트럼프 “오바마보다 더 양보” 비판에 합의 거부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양보성 합의’라는 미국 내 비판 여론 등을 의식해 양측 실무진이 합의한 MOU 초안에 서명하지 않았다. 또 복수의 수정 사항을 반영한 문서를 이란 측에 다시 발송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MOU 관련 회의를 열고 최종 결정을 할 수도 있다고 내비쳤지만 결국 승인을 하지 않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확한 지시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을 미국이 확보하는 방법 및 시기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과 관련된 일부 문구의 수정이 담겼다고 정치매체 액시오스가 전했다. 이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측 답변이 오기까지 약 3일이 걸릴 거라는 보고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승인 거부의 주요 이유로는 미국이 동결 중인 이란 자산을 해제하는 것을 둘러싼 양국 이견이 꼽힌다. 이란은 휴전 합의 즉시 미국이 최소 200억 달러(약 30조 원)의 동결 자금을 해제해 주기를 바란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핵 포기 상황에 맞춰 동결 자산을 순차적으로 해제하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15년 이란과 핵합의(JCPOA)를 체결할 때 17억 달러(약 2조5000억 원)를 현금으로 줬고, 합의 대가로 동결됐던 이란 자산이 해제된 것까지 합하면 지원 금액은 총 1500억 달러(약 225조 원)에 이른다고 비판해 왔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이란의 명확한 핵 포기 없이 추가적으로 200억 달러가량의 동결자금 해제를 즉시 해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 핵-호르무즈 이견 여전

이란선 고속공격정 앞 시위 같은 날 이란 수도 테헤란의 이슬람 혁명 광장에서 열린 친정부 집회에서 시위대가 이란 국기와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깃발을 흔들고 있다. 광장에는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의 소형 고속공격정 ‘27 라잡’이 전시돼 있었다. 테헤란=AP뉴시스
란선 고속공격정 앞 시위 같은 날 이란 수도 테헤란의 이슬람 혁명 광장에서 열린 친정부 집회에서 시위대가 이란 국기와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깃발을 흔들고 있다. 광장에는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의 소형 고속공격정 ‘27 라잡’이 전시돼 있었다. 테헤란=AP뉴시스
미국과 이란은 핵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도 계속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이란이 핵무기 보유와 구매를 모두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이란이 어떤 식으로든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구매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초안에 반드시 담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란이 보유 중인 60%의 고농축 우라늄 440kg을 미국이 주도해 제거하거나, 제3국으로 반출해야 한다는 입장도 고수했다.

반면 에브라힘 아지지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장은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통신 인터뷰에서 “농축 우라늄을 제3국으로 이전할 의사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이란 측 종전협상 대표인 무함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도 31일 “이란 국민의 권리 보장 없이는 미국과의 합의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3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때 “호르무즈는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고 통행료가 없는 해협이 될 것”이라며 “종전 협상 결렬 시 군사 개입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이란은 각국 선박으로부터 척당 최고 200만 달러(약 30억 원)의 통행료를 거두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같은 달 30일 성명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운영에 대한 미국의 간섭은 가혹한 군사 보복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이란#핵 협상#호르무즈 해협#휴전#MOU 초안#혁명수비대#중동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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