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연내 통합정당 건설”… 의원들 “그럼 全大는?”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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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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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 ‘야권통합’ 내홍

민주당 손학규 대표(마이크 앞)가 최고위원들과 함께 3일 국회 본청 정론관에서 다음 달까지 민주진보 통합신당을 건설하겠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민주당 손학규 대표(마이크 앞)가 최고위원들과 함께 3일 국회 본청 정론관에서 다음 달까지 민주진보 통합신당을 건설하겠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3일 “‘더 큰 민주당’을 만들기 위해 민주진보진영 통합 추진을 선언한다”며 이른바 ‘야권 대통합’의 로드맵을 제시했다.

손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달 말까지 통합정당 추진기구를 결성하고 다음 달 말까지 통합을 완료할 것”이라며 “민주진보 진영의 각 정당, 각 정파, 노동·시민사회 세력, 민주진보 진영의 인사들은 새로운 민주진보통합신당에 참여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민주진보통합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킨다. 제가 통합추진위원장을 맡고, 최고위원들이 추진위원이 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사전에 ‘혁신과 통합’의 공동대표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12월 11일로 예정된 전대를 준비해온 당권 예비주자들은 즉각 반발했다.

김부겸 의원은 성명을 내고 “지도부에 분노를 느낀다”며 “당의 환골탈태를 거부하고 당이 문 닫을 때까지 자신들이 주도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박지원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통합을 추진하는 동시에 전대를 통해 총선을 준비하는 ‘투 트랙’ 방식으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당수 의원들도 이날 두 차례 열린 의원총회에서 불만과 의구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지난해 10·3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가 된 뒤 1년이 넘도록 야권통합에 대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손 대표가 갑자기 ‘12월 말까지 통합정당을 건설하겠다’고 한 것은 사실상 전당대회를 열지 않고 대표직을 연장하겠다는 술수가 아니냐는 것이다.

강창일 의원은 “민주당을 왜소하게 만든 손 대표 등 현 지도부는 통합을 주도할 자격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고, 장세환 김진애 김학재 의원 등은 “당헌 당규에 따라 현 지도부는 12월 18일 이전에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발언자 33명(전체 87명) 중 손 대표를 두둔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문학진 의원은 “무슨 북한 정권도 아니고 차기 전당대회를 깔아뭉개겠다는 것인지 뭔지…. 의원들 사이에서는 ‘쿠데타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고 전했다.

10·26 재·보궐선거 과정에서처럼 덮어놓고 야권통합정당 전당대회만 주장했다가는 민주당이 다시 다른 야당과 외곽 단체만 이롭게 하는 ‘자원봉사단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김영환 의원은 “‘더 큰 민주당’은 외형 확장이 아닌 민주당의 가치와 노선을 견지할 때 생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원들의 거센 반발에 손 대표는 “내가 내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하고 지분을 늘리려는 생각이 아니냐는 얘기를 하는 건 나에 대한 인격모독이다. 임기 내 사퇴는 당연한 것이다”라며 진화를 시도했다.

그럼에도 의구심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당장 4일로 예정된 전국 지역위원장(전체 165명) 회의에서 격론이 예상된다. 한 원외위원장은 “전대 소집 요구안 제출(대의원 1만1000여 명의 3분의 1) 문제를 논의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미 원외위원장 92명은 1일 회동을 갖고 서울시장 보선에서 당 후보를 내지 못한 데 대해 지도부 총사퇴 및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주장한 바 있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은 “민주당은 연대의 대상일 뿐 통합의 대상이 아니다”며 손 대표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우위영 민노당 대변인은 “우리는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과의) 진보대통합에 매진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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