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철 SLS그룹 회장, 왜 폭로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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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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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비리 수사받자 “靑이 기획한 것” 반발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21일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게 10여억 원의 금품을 제공했다고 폭로한 것은 자신과 SLS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의 발원지가 청와대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SLS그룹에 사정의 칼바람이 분 시점은 2009년 9월경. 당시 창원지검은 SLS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과정에서 분식회계 혐의뿐 아니라 정계 실세들에게 금품 로비를 벌인 정황까지 포착됐다.

당시 이 회장은 2007년 8월 SLS조선의 1400억 원 규모 자본잠식을 은폐하기 위해 외국 소재 해운회사로부터 차입한 1억 달러를 자본으로 허위 공시한 혐의, 조선소 인허가와 관련해 진의장 전 통영시장에게 2만 달러를 건넨 혐의 등으로 2009년 12월 불구속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이 회장은 회계를 조작한 혐의와 뇌물을 제공한 사실을 인정했고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후 이 회장은 “나와 SLS그룹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2009년 2월부터 (청와대)민정수석실에서 사전 조사해 검찰에 내려 보낸 기획수사”라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히며 “내가 야당과 관련이 없는데도 검찰이 야당 자금책으로 몰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이 회장이 신 전 차관 금품수수 의혹을 폭로한 것은 회사와 자신을 향한 검찰의 수사와 청와대에 대한 극도의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에 대한 수사는 현재 2심 진행 중이다. 이 회장의 폭로가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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