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진보신당 민주노동당 통합 결렬의 의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5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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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식 논설위원]
국내 대표적인 좌파 정당인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의 통합이 사실상 실패로 끝났습니다. 두 정당의 대표들은 지난달 28일 통합에 합의하고, 오는 25일에 창당대회를 갖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민노당은 당 대회를 열어 이 방안을 승인해 통합 절차를 마쳤습니다. 그러나 진보신당은 어제 개최한 당 대회에서 통합 방안을 부결시켰습니다. 결국 양당 통합은 없었던 일이 됐습니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부결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날 예정입니다.

진보신당은 원래 민주노동당에 소속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다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를 냈다가 패배한 뒤 내부 갈등이 벌어졌습니다. 2008년 3월 일부가 민노당에서 떨어져 나와 새 정당을 만든 것입니다. 진보신당은 민노당 내부의 종북주의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북한의 인권 문제나 3대 세습에 대해 침묵하거나 감싸는 것에 반대한 것입니다. 진보신당 세력은 민노당의 친북 성향이 변화하지 않는 한 장기적으로 정권 창출이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다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좌파 진영에서는 야권 통합의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좌파 정당의 국회 진출을 확대하려면 야권 통합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야권 통합을 통해 좌파 후보들이 성공한 사례들이 야권 통합 움직임을 가속화시켰습니다.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통합한 데 이어 또 다른 좌파 정당인 국민참여당과도 합당을 모색했습니다.

하지만 서로 생각이 다른 정당들이 합치는 것은 권력을 잡기 위한 ‘묻지마 통합’에 불과합니다. 진보신당은 인권과 민주에 높은 가치를 두고 있지만 민노당은 북한의 반인권과 반민주에 침묵하고 있습니다. 국민참여당도 다른 가치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번 통합 결렬의 직접적인 계기는 국민참여당과의 통합 문제였지만 각기 다른 노선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무리한 정당 통합보다는 각 정당이 추구하는 정책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지지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동아논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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