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2억 줬다”]후보단일화 뒷돈 의혹 수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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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뭉치 몰래 전달한게 떳떳?… 檢, 대가성 입증 자신감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28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준 2억 원은 단일화 대가가 아니라 선의로 준 것”이라며 검찰을 강력 비난했지만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진은 느긋한 표정이었다.

법조계 주변에서는 “이번 사건의 가장 큰 핵심은 과연 건넨 돈이 단일화 대가냐, 순수한 증여냐”라며 “검찰 수사의 성공 관건은 대가성 입증 여부”라고 분석하기 바빴지만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을 뿐 미동도 하지 않았다.

검찰의 이 같은 여유는 곽 교육감에게서 돈을 받은 박 교수로부터 이미 “교육감 후보 사퇴 대가로 곽 교육감에게서 2억 원을 받았다”라는 자백을 받았기 때문으로 동아일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 검찰은 27일 새벽 이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 곽 교육감 대가성 부인에도 검찰 느긋

곽 교육감의 기자회견 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기자회견과 상관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서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곽 교육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2억 원의 대가성은 완강하게 부인했지만 검찰은 이미 곽 교육감 기자회견 하루 전에 곽 교육감의 주장을 깨뜨릴 진술을 확보하고 있었다. 곽 교육감의 주장과 무관하게 곽 교육감에 대한 소환조사 및 구속영장청구 여부 결정 등 수사의 절차적인 부분만 남았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검찰은 돈을 받은 박 교수가 이미 대가성을 시인한 이상 돈을 준 곽 교육감이 부인해도 혐의를 벗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교수의 자백은 이번 사건의 핵심인 대가성 규명과 직결된다. 곽 교육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2억 원의 대가성만큼은 부인해 법정에서 다퉈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검찰은 박 교수 형제의 자백과 그동안 확보한 참고인 진술 및 물증 등을 이용해 곽 교육감에 대한 형사처벌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박 교수 형제를 체포한 26일 이미 박 교수를 압박할 중요 진술을 박 교수 측근 인사에 대한 참고인 조사로 확보했다. 박 교수 형제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에서도 중요한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억 원의 대가성과 곽 교육감이 돈 전달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를 꼭 확인해야 했었던 검찰로서는 27일 박 교수의 자백과 28일 곽 교육감의 기자회견으로 두 가지 숙제가 한꺼번에 해결된 셈이다.

○ 앞뒤가 맞지 않는 곽 교육감의 해명

검찰 내부에선 “곽 교육감의 기자회견이 공직 후보자 매수라는 혐의를 스스로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우선 곽 교육감이 박 교수에게 돈을 전달한 과정을 정상적인 자금거래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곽 교육감 말대로 “선의로 떳떳하게 2억 원을 줬다”면 주택매매대금이나 전세금을 치르듯이 곽 교육감 본인이 박 교수를 만나 직접 돈을 주거나 자신의 계좌에서 박 교수의 계좌로 직접 송금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 수사로 드러난 돈 전달 과정을 보면 곽 교육감이 첩보전을 벌이거나 돈세탁을 시도한 것처럼 보인다. 문제의 2억 원은 곽 교육감의 부인뿐 아니라 여러 사람의 계좌에서 인출됐다. 인출 횟수도 5, 6차례에 이른다. 돈 전달 과정이 이렇게 복잡하다면 정상적인 돈거래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검찰 측 의견이다. 현금이 전달된 것도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곽 교육감의 측근으로 박 교수 측에 돈을 전달한 한국방송통신대 강모 교수의 행방도 문제다. 지난주 검찰 수사가 공개된 이후 검찰은 강 교수와 연락이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곽 교육감과 강 교수 등이 ‘대책회의’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 부인이 책임질 수도 없었던 문제

26일 박 교수 체포 이후 검찰 안팎에선 “곽 교육감의 부인 정모 씨가 ‘내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실행했다’는 식으로 대응할지 모른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이날 곽 교육감의 기자회견을 보면 그런 대응의 문제점 역시 잘 이해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공직선거법 265조는 공직 선거 후보자의 배우자가 후보자 매수 행위로 징역형 또는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 선고를 받으면 후보자 자신의 공직 당선도 무효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인 정 씨가 곽 교육감 모르게 자신의 판단과 결정만으로 돈을 건넸더라도 곽 교육감은 교육감 지위를 박탈당한다는 뜻이다. 이럴 경우 곽 교육감에 대한 별도 수사나 기소 절차도 필요 없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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