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무마용 아닌 자발적 기부… 새 이정표 세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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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산나눔재단 출범까지

현대중공업그룹 등 범(汎)현대가 기업 사장단이 16일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000억 원 규모의 사회복지재단인 ‘아산나눔재단’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사회 양극화 해소와 청년 창업정신을 고취하는 활동을 주로 하게 될 이 재단에는 범현대가 오너들이 대거 참여해 개인재산을 보탬으로써 기부문화의 새 이정표를 세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산나눔재단은 1조 원 규모로 재원을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어 조만간 8000억 원 규모의 삼성꿈장학재단을 넘어서는 국내 최대 재단법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범현대가가 ‘아산나눔재단’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것은 이달 1일 김영주 전 한국프랜지공업 명예회장의 1주기 기일 때 일가들이 모인 자리에서였다. 김 전 명예회장은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매제다. 올해가 아산의 10주기여서 아산의 뜻을 기리자는 논의와 고민이 이어진 끝에 이달 들어 설립에 속도가 붙은 것이다.

재단 설립을 발표한 16일 아산의 부인인 변중석 여사의 제사를 지내기 위해 일가가 모였다. 이날 저녁 서울 종로구 청운동 옛 아산의 자택에는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과 정몽준 의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 일가 40여 명이 모여 제사를 지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외부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재단준비위원장인 정진홍 서울대 명예교수는 “정몽준 의원이 의미 있는 날이라고 판단해 재단 설립 발표일로 정했다”고 말했다.

아산나눔재단은 설립 계기와 과정, 출연 방식부터 다른 대기업 관련 재단과는 성격이 다르다. 우선 여타 기업부설 재단과는 달리 사회적 물의를 빚은 사건에 대한 여론 무마용이 아니다. 현대가 집안 행사에서 자발적으로 결정했고 출연금도 기업 돈이 아닌 사주들의 개인재산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이 설립한 해비치재단이 있어 재단 설립에 참여하지 않았다. 정몽헌 회장 타계 이후 경영권을 이어받은 현정은 회장이 있는 현대그룹은 “재단 참여 제안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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