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상원 지도부는 다음 달 의회 휴회가 끝난 직후에 한국 콜롬비아 파나마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을 처리하기로 3일 합의했다.
상원의 해리 리드 민주당 원내대표와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는 이날 리드 대표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공동성명에서 “휴회가 끝나고 개원하면 무역조정지원(TAA) 제도 연장안을 처리한 뒤 3개 FTA 이행법안을 처리한다는 ‘추진계획(path forward)’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휴회에 들어간 상원은 다음 달 6일 개원한다.
TAA 연계 문제와 관련해 백악관은 공화당 요구대로 TAA를 FTA 이행법안에 포함시키지 않고 별개 법안으로 제출하며 공화당은 백악관의 요청대로 TAA와 FTA의 병행 처리를 보장하는 식으로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리드 대표는 성명에서 “나는 FTA를 지지한 적이 없고 (지금도) 지지하지 않는다”면서도 ‘TAA 연장안이 처리될 때까지’라는 전제를 달아 TAA가 처리되면 FTA 이행법안 처리에 찬성할 것임을 시사했다. 매코널 대표는 “개인적으로 TAA를 지지하지 않지만 이에 대한 초당적인 지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혀 더는 FTA와 연계해 TAA 연장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로써 2007년 타결 이후 진통을 거듭해온 한미 FTA 비준 절차가 미국에서는 다음 달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 행정부와 의회는 휴회 전에 FTA 이행법안을 처리할 방침이었으나 TAA 연계와 부채협상 난항 등으로 8월 처리가 무산됐다.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성명을 내고 “양당 상원 원내대표가 FTA 처리 추진계획에 합의함에 따라 큰 장애물이 사라졌다”며 하원의 조속한 처리를 기대했다.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행정부가 9월 이행법안 처리를 위해 상하원 지도자들과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의회 지도부가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조속한 FTA 처리를 강조한 뒤에 성명이 나온 것은 행정부와 의회가 9월 비준에 사실상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정부 “美 방침 환영” ▼
미국 의회와 행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을 9월에 처리하기로 방침을 정한 데 대해 정부는 즉각 환영한다는 논평을 냈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는 4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미국 의회와 정부가 협력해 의회 인준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을 환영한다”며 “미국이 강한 의지를 바탕으로 9월 의회에서 한미 FTA를 인준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 의회가 다음 달 한미 FTA 이행법안을 처리키로 합의하면서 우리 정치권의 발걸음도 다시 빨라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8월 임시국회에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상정해 논의를 시작하자는 입장이다.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은 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미국 일정에 꼭 맞출 필요는 없지만 8월 국회 중 비준동의안을 상정할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외통위 간사인 유기준 의원은 “8월 국회에 상정해 9월 국회에서는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은 ‘현재의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노영민 원내수석부대표는 “정부가 중소 상공인 및 농축산업 보호방안 등에 대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를 지켜본 뒤 FTA 비준 여부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미국이 9월 한미 FTA 이행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힌 만큼 우리 국회가 8월 임시국회에서 적어도 상임위(외교통상통일위) 문턱까진 넘어서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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