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대기업 편법증여 과세”]당정 고강도 대책에 긴장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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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감세철회도 모자라 세금폭탄 안기나”
경제단체장 대립각엔 “할 말 해 시원” “납작 엎드려도 부족한 판에…” 엇갈려

당정이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와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에 대해 강도 높은 대응 방안을 내놓자 대기업들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기업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세금 부과 방안이다. MRO와 시스템통합(SI) 관련 계열사들을 둔 그룹들은 계열사 간 부당거래에 증여세와 상속세를 물리겠다는 당정의 예고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오너 일가가 이들 계열사의 지분을 다수 보유한 4대 그룹은 기획재정부가 주도하는 관련 태크스포스의 논의 진행 과정을 주시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당정이 감세(減稅) 철회로도 부족해 아예 ‘세금폭탄’을 안기려고 하는 것 같다”면서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외치던 정권 초기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든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비상장회사를 잘 키워서 가치를 높인 것에 대해 세금을 매기겠다는 발상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재계는 당정의 이번 조치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걱정했다. 정치권이 여야 가릴 것 없이 ‘대기업 때리기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추가로 옭죄는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특히 한나라당이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기준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기업이 많았다.

한 경제단체 임원은 “오늘 한나라당이 내놓은 당정협의 문구를 보니 아직 세밀한 시행계획이 없는데도 서둘러 발표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대기업을 잡겠다’는 분위기가 정치권에 팽배한 것 아니겠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대기업들이 이처럼 코너에 몰리자 일부 기업은 경제단체들이 정치권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공청회에 경제단체장들이 끝내 불참하자 정치권이 ‘괘씸죄’를 더 얹는 것 같다는 해석도 내놓았다. 한 4대 그룹 임원은 “경제단체가 너무 아마추어처럼 대응하고 있다. 민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요즘 한나라당까지 몰아치는 기세를 보면 지금은 납작 엎드려도 부족할 판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MRO 계열사가 없는 다른 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경제단체들이 정부와 정치권에 너무 휘둘리지 않았나. 이제라도 정치권을 겨냥해 ‘포퓰리즘적 행동을 중단하라’고 할 말은 하니까 속이 시원하다”고 사뭇 다른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대기업끼리도 계열사의 성격에 따라 정치권을 향한 대응 방식을 둘러싸고 자중지란이 벌어지는 형국이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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