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요즘 보수정당으로 볼 수 없어… 보수대연합, 與와 합치자는 것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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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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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회창 前 선진당 대표 본보 인터뷰

《 자유선진당 이회창 전 대표는 30일 “복지 확대는 시대적 흐름이지만 그냥 표를 얻기 위해 재원 확보 방안도 내놓지 않고 ‘보편적 복지’ ‘평등복지’를 외쳐선 안 된다”며 “보수의 가치를 추구한다는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좌파적 복지정책을 따라가는 건 아주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5월 9일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언론과의 접촉을 자제해온 그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2시간 동안 이어진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정치권의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정책 경쟁,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불거진 검찰과 경찰의 집단 반발 등 정국 현안에 대해 특유의 ‘대쪽’ 발언을 막힘없이 쏟아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
3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치권의 포퓰리즘 경쟁, 충청권 통합 등 각종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는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3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치권의 포퓰리즘 경쟁, 충청권 통합 등 각종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는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반값 등록금 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면서 포퓰리즘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데….

“미래를 책임질 세대의 족쇄가 되고 있는 대학 등록금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줘야 한다. 그러나 지속 불가능한 것을 ‘할 수 있다’고 하면 정책의 신뢰성만 떨어뜨린다. 우선 비리·부실 대학의 정리와 통폐합, 자체적인 등록금 거품빼기를 하고 그 다음에 내국세 2% 정도를 돌려서 고등교육 지원교부금을 신설하는 식의 현실적인 재원 확보 방안이 필요하다. 이렇게 하면 30% 정도 낮출 수 있다. 좌파적 복지정책으론 안 된다. 따뜻한 보수는 공동선과 정의를 추구하면서 사회적 약자, 소수자 등을 배려하는 것이다.”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경선 룰’에 대한 법원의 효력정지로 삐꺽대고 있다.

“다른 당의 일이지만…. 기가 찬다. 일반적인 회의에서 대리, 서면 결의를 하는 일은 왕왕 있지만 경선의 룰을 논의한 회의에서 그런 실수를 한 것은 큰 잘못이다. 정당법은 ‘정당의 대의기관이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서면이나 대리인에 의한 의결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집권 여당이 한마디로 스타일을 크게 구겼다.”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집단 반발 등 직역이기주의를 보이고 있는데….

“국가공권력을 집행하는 기관의 집단행동은 옳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논의 시작 때부터 경찰의 수사 개시는 인정하되 수사 개시 행위가 매우 잘못됐을 때 구체적인 개입 방법, 견제 장치를 두는 방안을 논의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29일 서울 광화문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반대, 반값 등록금 시행 등을 요구하던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했다.

“현재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은 농업과 농민에 대한 보상 조치가 미흡하다. 농민들의 불만은 이유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보도된 바에 따르면 사전에 경찰이 허가한 범위를 넘어 집단시위로 발전하고 시가행진까지 했다. 그것은 법 위반이다. 일리가 있다 하더라도 사전에 정부와 약속한 것이 있다면 그에 따라야 한다.”

―사회 전반의 기강이 총체적으로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이명박 정권 들어 공직사회, 재계 등 사회 전반의 기강이 해이해지고 편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런 사회 전반적인 기강 해이는 대통령의 리더십과도 무관치 않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무회의 석상에서 장관들을 질타하고 관료주의를 비판하지만 그 장관들은 누가 임명했으며, 관료적이라는 정부는 누가 이끄는가. 결국 대통령이 임명하고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가 아닌가.”

―대표직을 사퇴한 진짜 이유가 궁금하다. 대표직 사퇴 때 ‘다시 당 대표를 맡는 일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회창 없는 선진당’이 존재할 수 있을까.

“나의 대표직 사퇴는 ‘선진당의 세대교체’를 이뤄내란 뜻이다. 한나라당, 민주당 모두 당 안에서 길러진 재선, 3선들이 당권 경쟁을 하면서 정치판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리더는 땅에서 솟거나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선진당도 당 내부의 인물을 차세대 지도자로 키워내야 한다. 스스로 힘을 가진 정당이 돼야 전국정당이 될 수 있고 새로운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

―이 전 대표의 ‘보수대연합’론에 대해 한나라당과의 합당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데….

“아니다. 국가의 안정과 국민 행복을 추구하는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공감하는 세력들이 뭉쳐 국민들에게 ‘그래도 보수정권이 집권해야 한다’라는 믿음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이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잃고 있는데 한나라당과의 합당이 무슨 도움이 되겠나. 더구나 요즘 한나라당은 보수 정당으로 보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8월 25일 선진당 전당대회, 내년 4월 총선 등의 정치 일정을 감안할 때 심대평 국민중심연합 대표와의 통합은 언제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보나.

“가급적 7월 중엔 돼야 한다고 본다. 대표직 사퇴 직전 심 대표를 만났다. 대표직 사퇴는 ‘기존의 이회창이란 간판에 구애받지 말고 자유롭게 통합을 논의해 달라’는 뜻이었다. 아직도 심 대표 측에선 선진당 해체를 전제로 한 ‘충청권 신당’ 창당론이 나오고 있는데, 극히 비현실적이다. 죽도 밥도 아니고 모든 걸 잃어버리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먼저 합치고 함께 당의 변화를 추진하는 게 정도가 아닌가.”

―내년 대선엔 출마하나

“그게(대선이) 내년인가. 허허허. 총선을 앞둔 이 시점에서 대선을 말하는 건 어렵다. 정당은 수권정당을 지향해야 하고, 권력의지를 가져야 하지만 구체적으로 대선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는 아직 말할 계제가 아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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