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일성의 그녀’ 사진 찍다 겁 먹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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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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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나진 48km 3시간 덜컹덜컹

외화벌이 동원된 北 어린이들 북한 나선시에 있는 나진극장에서 4∼10세 어린이 80여 명이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노래와 춤, 악기 연주 등 1시간가량의 공연을 한 후 인사하고 있다. 이 어린이들은 외국인 단체 관광객을 위해 적어도 하루 한 차례 공연을 한다고 한다. 여행사에 따르면 얼마 전까지 학교 강당에서 공연했으나 지난해부터 관광객이 늘면서 극장으로 옮겼다. 어린이들이 어느 유치원이나 학교에 다니는지 등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동아일보 통신원 A 씨가 이달 중순 촬영했다.
외화벌이 동원된 北 어린이들 북한 나선시에 있는 나진극장에서 4∼10세 어린이 80여 명이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노래와 춤, 악기 연주 등 1시간가량의 공연을 한 후 인사하고 있다. 이 어린이들은 외국인 단체 관광객을 위해 적어도 하루 한 차례 공연을 한다고 한다. 여행사에 따르면 얼마 전까지 학교 강당에서 공연했으나 지난해부터 관광객이 늘면서 극장으로 옮겼다. 어린이들이 어느 유치원이나 학교에 다니는지 등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동아일보 통신원 A 씨가 이달 중순 촬영했다.
나진항에 정박한 러시아 선박 북한 나진항 제2부두에 정박한 러시아 선박. 북한 안내원은 선박에 대해 설명해 주지 않았다. 동아일보 통신원 A 씨 촬영
나진항에 정박한 러시아 선박 북한 나진항 제2부두에 정박한 러시아 선박. 북한 안내원은 선박에 대해 설명해 주지 않았다. 동아일보 통신원 A 씨 촬영
최근 중국인 러시아인 등을 상대로 한 북한 관광상품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북-중 간 접경지대 경제협력이 활발해지면서 중국인들이 북한을 직접 둘러볼 기회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외화벌이에 골몰하는 북한의 어려운 경제상황의 반영이겠지만 관광객에게 문을 연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북한 사회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는 최근 나온 북한 관광상품 가운데 대표적 상품인 훈춘(琿春)을 출발해 나선특구를 관광하는 1박 2일 코스를 이달 중순 르포했다. 최근 북-중 경협의 핵심으로 떠오른 나선특구를 직접 둘러보는 코스다. 한국인은 북한 여행단 참가가 금지되어 있어 중국 현지 통신원이 참가했다.

북-중 잇는 원정리 다리 중국 훈춘과 북한 원정리를 잇는 ‘원정리 다리’. 보수 공사를 마치고 6월 14일 다시 모습을 드러내자 양측 경협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동아일보 통신원 A 씨 촬영
북-중 잇는 원정리 다리 중국 훈춘과 북한 원정리를 잇는 ‘원정리 다리’. 보수 공사를 마치고 6월 14일 다시 모습을 드러내자 양측 경협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동아일보 통신원 A 씨 촬영
여행 첫날 오전 9시경 관광단은 훈춘에 모였다. 각 지역에서 온 10여 명이 버스를 타고 30여 km 떨어진 국경의 취안허(圈河) 세관 겸 출입국사무소로 갔다. 일행이 다 온 것을 확인한 여행사 직원이 대뜸 문방구에서 북한에서 공연하는 유치원 어린이들에게 줄 공책과 연필 등을 사라고 했다. 조금 집어 들었는데도 50위안(약 8500원)이나 했다.

중국 쪽 출국 수속을 마치고 지난해 6월 보수 공사를 마친 다리인 ‘원정리 다리’를 지나 북한 측 입국장에 들어섰다. 우리 버스 말고도 다른 여행단이 5, 6팀은 되어 보였다. 그래서인지 입국 수속을 하는 데 1시간 넘게 걸렸다. 기계를 통과하는 체온 검사도 했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버스에 오르자 북한 나선여행국 산하 나선관광회사 안내원 3명이 동승했다. 한 명은 동영상 촬영 전문이었다. 그는 1박 2일간 줄곧 함께 다니며 촬영한 후 CD 한 장에 담아 100위안이나 받고 팔았다.
▼ 나진항 30분 관광뒤 北 4∼10세 어린이 외화벌이 공연 코스로 ▼

개량 가야금 연주하는 어린이 나진극장에서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어린이들이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가야금을 개량한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동아일보 통신원 A 씨 촬영
개량 가야금 연주하는 어린이 나진극장에서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어린이들이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가야금을 개량한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동아일보 통신원 A 씨 촬영
관광객들의 행동도 감시하고 장사도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안내원이 “북조선에 오신 것을 환영하며 즐겁게 지내다 가시고 돌아가면 좋은 말만 많이 하시라”는 둥 장황하게 환영사를 했다. 우리 관광단은 모두 중국인이어서인지 중국어로만 안내했다. 러시아 등 다른 나라의 관광객도 종종 있다고 한다. 나도 나진의 어느 기념품점에서 러시아인을 몇 명 보았다.

북한에서 파는 지도에 원정리∼선봉 33km, 선봉∼나진 15km로 되어 있어 1시간이 채 안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곧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알았다. 구불구불 비포장 산길로 접어들더니 차가 도무지 속도를 내지 못했다. 도로 곳곳에서는 중국 업체가 도로 확장 공사를 하고 있었다. 한국의 두산과 현대에서 만든 굴착기도 보였다. 평소에는 1시간 반 걸린다고 하는데 이날은 차량 고장까지 겹쳐 총 48km를 달려 나진에 도착하는 데는 3시간가량이 걸렸다.

나진의 한 식당에서 ‘8가지 반찬과 1가지 국’으로 점심을 먹은 후 본격적인 관광에 나섰다. 거리를 다니는 것은 아니고 창밖으로 보는 것이 전부다. 길에는 사람도 차도 드물었다. 신호등도, 교통표지판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간혹 보이는 차는 번호판이 ‘吉’자로 시작했다. 중국 지린(吉林) 성 차다. 시민들은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다. 큰 사거리에는 남자 교통 안내원이 서 있기도 했다.

인구가 8만 명이라는 나진은 중국에서는 조그만 어촌도시 정도 될 만큼 작다는 인상이었다. 나진항에는 1∼3호 부두가 있지만 2호 부두만 관광객에게 개방돼 있다고 안내원이 말했다. 부두 입구에서 소총을 든 여성 경비원이 검문을 했다. 항구는 비교적 큰 러시아 선박 한 척과 작은 배 한두 척만이 있을 뿐 썰렁했다.

30분도 채 안 돼 차로 돌아와야 했다. 이어 시내 나진극장에서 4∼10세의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80여 명의 공연을 관람했다. 춤과 노래, 전통 악기 연주 등이 1시간가량 계속됐다. 여행 경비에 포함돼 있는 관람료는 관광객 1인당 5위안(약 850원)이라고 했다. 너무 소액인 것 같아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광객이 몇 명 안 되어도 매번 나와서 공연을 한다고 했다. 아이들은 공연이 끝난 후 해맑은 표정으로 같이 사진은 찍어주었지만 묻는 말에는 일절 대답하지 않았다. 관광객 중에 한 중년 여성은 “어린 나이에 외화벌이를 나왔군” 하며 안쓰러워했다.

공연 후 ‘김일성화김정일화 온실’에 들러 꽃을 구경했다. 온실에는 김일성, 김정일, 그리고 김정숙(김일성의 첫 번째 부인)의 전신 초상화가 나란히 걸려 있는데 한 관광객이 이것을 찍다가 5000위안의 벌금을 물고 카메라도 압수됐다고 안내원이 겁을 줬다. 실제로 이번 여행에서 가장 엄격히 통제한 것은 사진 촬영이었다. 중국 여행사 가이드와 북한 안내원은 촬영 금지 대상으로 ‘인민군, 주민, 민가주택 그리고 버스 운행 중 주위에 보이는 것들’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적발되면 벌금이 2000∼5000위안이라고 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날 중국 측 가이드가 관광객들의 카메라를 모두 모아서 일일이 북한 측 검열에 대비한 점검까지 해주었다. 여러 차례 북한 관광을 안내해서 어떤 사진이 검열에서 삭제되는지를 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출국 수속을 할 때 북한 요원이 카메라를 모두 수거해 별도 장소에서 검사와 검열을 한 후 돌려줬다.

여행 첫날 해가 어둑어둑해질 무렵 저녁을 먹고 서점을 한 곳 들른 후 숙소로 향했다. 숙소는 멀리 바다는 보이지만 시내에서는 20분가량 떨어진 산속이었다. 어둠이 깔린 나진은 가로등도, 상점 간판 불빛도 없었다. 안내원이 내년에는 중국에서 전기를 공급해 준다는 말도 있다고 했다.

이튿날 일정은 비파도 관광 한 곳이 전부였다. 나진과 선봉 중간의 섬 비파도에서 모터보트를 잠깐 태워주며 바닷바람을 쏘이게 하는 것이었다. 멀리 해변에 카지노로 유명한 영황(英皇)호텔이 보였으나 여행 코스에는 없었다.

나진에서 원정리로 오는 길은 갈 때와는 다른 길이었지만 역시 구불구불 산길로 3시간여를 덜컹거리고 왔다. 다른 여행객들이 1박 2일에 800위안(약 13만6000원)이면 가볼 만하다고 했지만 오가는 길이 너무 힘들다고 했다. 길이 포장되고 시간이 단축되면 좀 더 많은 관광객이 올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 내달 평양∼상하이 직항로… 훈춘∼나진 곧 자가용 여행 ▼

북한과 중국 간 경제 협력 확대와 함께 북한 관광도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 북한 관광은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 소재의 여행사를 통해서만 참가할 수 있었다. 요즘은 단둥이 아닌 중국 각 도시의 여행사도 중국 관광객을 모집하고 있다. 여행객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북한 평양과 중국 상하이(上海)를 직항으로 잇는 항공노선이 다음 달 1일 개통된다. 이달 9일에는 지린(吉林) 성 훈춘(琿春)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구간 도로 보수공사 착공식 참석을 겸한 자가용 여행단이 창춘(長春)에서 처음 출발했다. 한두 달 내로 자가용 여행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장기적으로 훈춘과 나선 특구 및 러시아 연해주를 잇는 3국 변경 무역 상품도 나올 것이라고 중국 여행사 관계자들은 말했다.

기존에 단둥에서 평양과 개성을 둘러보는 4일짜리 관광코스 외에 금강산 관광을 포함하는 6일짜리 관광 상품도 나왔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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