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세종시와 다른데…” 박근혜, 정면반발엔 부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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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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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대구 방문… ‘신공항 백지화’ 관련 어떤 말 할까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대해서는 세종시 수정안 추진 때와 다르게 대응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은 30일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동남권 신공항 계획이 백지화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점을 지적하겠지만, (백지화 계획을) 되돌리라는 언급까지는 하지 않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상반기 세종시 수정안에 정면으로 반대하고 원안 추진을 요구하며 이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다.

다른 측근은 “박 전 대표는 그동안 밝혀왔듯 동남권 신공항의 필요성을 얘기하겠지만 세종시 논란 때처럼 이 대통령과 대립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 전 대표는 31일 오전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에 있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총장 취임식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방식으로 의견을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표는 세종시와 신공항의 성격을 달리 보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세종시는 자신이 대표 시절 당론으로 추진하고 여야 합의로 만든 법에 따라 사업이 진행되는 상황이었지만, 신공항은 이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아직 계획단계라는 얘기다.

박 전 대표는 지난달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에 대한 견해를 밝히면서 “과학벨트는 제가 결정권자가 아니다. 대통령이 약속한 것이고 대통령이 국가 전체를 보고 어떻게 할지 정하는 것이지,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신공항 문제도 (이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약속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측의 신중한 기류에는 지난해 8월 청와대 회동 이후 이 대통령과 유지해온 ‘화해 무드’를 깨는 데 대한 부담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내년 총선에 이어 대선까지 1년 이상 남아 있는 시점에 영남권 민심만을 내세워 이 대통령과 차별화에 나서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것.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유승민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구지역 의원간담회에서 “세종시는 입법과 관련된 문제이지만 신공항은 대통령의 결정사항이라는 점에서 다르다”며 “박 전 대표가 의견을 밝히고 말고 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적 신뢰를 강조해온 박 전 대표가 신공항 백지화를 비판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 측근은 “신공항은 이 대통령과 당이 약속했던 사안”이라며 “(국민과의) 약속이라는 면에서 세종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을 사실상 ‘영지’로 삼고 있는 박 전 대표가 지역 여론을 무시하기가 쉽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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