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교과서 독도 왜곡 파문]정부 ‘실효적 지배강화’ 표현 또 빼… 이번에도 日 자극 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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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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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치게 몸 사리는 대응

“우리 정부는 깊은 실망과 유감의 뜻을 표하며, 근본적인 시정을 촉구한다.”

정부는 30일 이례적으로 ‘실망’이라는 표현을 넣은 성명을 내고 일본의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왜곡에 항의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정부 대응은 과거보다 수위가 낮아졌거나 재탕이어서 정부가 지나치게 몸을 사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이날까지 일본 교과서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외교통상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 3건과 논평 2건을 냈다. 30일 정부의 공식 견해를 밝히는 문건에 처음으로 들어간 ‘실망’이라는 표현은 정부 당국자들의 솔직한 심경이 담긴 상징적인 표현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정부 내에서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국의 진정어린 지원으로 일본 정부가 교과서의 독도 주장을 완화하거나 발표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기대감이 없지 않았다. 정부는 주일 한국대사관 등 다양한 외교 경로로 일본 측에 자제를 촉구했다. 지난주부터는 언론에 ‘단호한 대응’ 방침을 밝히며 일본 정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끝내 일본 측이 발표를 강행하자 정부 당국자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 당국자는 “일본이 정말 저럴 수밖에 없는지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성명은 ‘실망’이라는 표현을 빼면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강력한 항의’와 ‘즉각적인 시정’은 이미 2008년 7월 14일 일본 중학교 교과서 학습지도요령해설서 발표를 비난하는 성명의 재탕이다. 일본의 ‘진정성’을 요구하는 내용도 지난해 3월 30일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가 발표된 뒤 성명에서 사용한 것이다.

이처럼 매뉴얼식 대응에만 머무르면서 평소 입만 열면 강조하는 ‘독도의 실효적 지배 강화’ 등 일본을 자극할 수 있는 표현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2008년 7월의 전례에 따라 권철현 주일 한국대사 소환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대사가 별다른 성과 없이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면 체면이 서지 않는다”며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효과적인 대응전략으로 꼽히는 고위급 인사의 독도 방문도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2008년 7월 한승수 당시 국무총리가 정부 수립 후 총리로는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하자 일본 정부는 즉시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밝히는 등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정부는 28일에 이어 30일 국무총리실 산하의 독도영토관리대책단 회의를 열었지만 독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를 강화할 새로운 내용을 전혀 내놓지 못했다. 이날 나온 종합해양과학기지 건설안은 2008년 9월 확정된 28개 사업 가운데 핵심이었지만 부처 간 이견으로 중지된 상태였다. 미착수 상태인 독도방파제 건설안은 이번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국토해양부는 독도 개발사업에 적극적이지만 문화재청은 환경 훼손을 우려하고 외교부는 독도를 국제분쟁지역으로 만들려는 일본의 속셈에 말려들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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