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玄통일 ‘北 핵참화 협박’ 공개에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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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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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비밀누설” 강력 항의… 청와대도 “발언 부적절”

현인택 통일부 장관(사진)이 21일 열린 외교통상부 재외공관장회의 강연에서 북한이 미국에 고위급 군사회담을 제안하며 밝힌 내용을 공개한 것에 대해 미국이 외교채널을 통해 한국 정부에 항의해 파문이 일고 있다.

22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현 장관이 강연에서 공개한 내용은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에 비밀리에 알려준 것이다. 이를 현 장관이 100명이 넘는 대사들이 참석한 재외공관장회의에서 자세히 공개해 그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자 미국 측은 외교적 결례라고 지적해 왔다는 것이다.

현 장관은 이 회의에서 “북한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이 지난달 말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에게 편지를 보내 ‘이대로 두면 한반도에 핵 참화가 일어날 것’이라며 북-미 직접 대화를 요구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북한이 “핵 문제는 우리(북한)와 미국이 만나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실도 공개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가 미국이 전해준 북-미 간 대화 내용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이날 현 장관의 발언 내용은 국내 언론에 보도됐다.

당시 재외공관장회의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참석자들이 통일부 장관이 외교 비밀에 해당하는 북-미 간 대화 내용을 지나치게 자세히 공개하자 아연실색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청와대에서도 이런 내용이 공개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일각에서는 미국이 전한 내용이 여과 없이 공개됨에 따라 앞으로 미국이 북한과 주고받은 대화나 북한 관련 정보를 한국 정부와 공유하는 것을 꺼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당국자는 “미국이 한국과 정보를 공유할 때는 ‘비밀이 지켜질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하는 것인데 일이 이렇게 돼 버렸다”고 말했다.

현 장관이 비공개 강연에서 이런 내용을 소개한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군부의 권력이 강화되고 대외정책까지 간섭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라며 “외교관들을 상대로 한 비공개 강연이라는 약속을 받고 발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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