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정국구상’ 들어봅시다]정몽준 한나라당 前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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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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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선에 나올 생각? “피할수 없고 피해도 안돼”
지지율 상당히 낮은데… “인기, 목욕탕 수증기 같아”

“(2012년) 대통령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있으면 (참여)하겠다.”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가 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16년 동안 맡아 오던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직 사임을 계기로 축구계 일선에서 물러나 정치에 전념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총회에 참석하고 이날 귀국한 정 전 대표와의 인터뷰는 그의 ‘싱크탱크’ 격인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1시간 반 동안 이어졌다. 그는 “중동 국가들이 단합해 월드컵을 유치하고 FIFA 부회장과 AFC 회장을 차지했는데,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은 그렇지 못해 (내가 FIFA 부회장 직을 내놓게 돼) 아쉽다”고 말했다. 하지만 “축구 외교무대에서 김주성 대한축구협회 국제국장과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활약할 수 있도록 돕겠다”며 축구계 일선 퇴진 의사를 거듭 확인했다.

―단결된 중동세에 동아시아 국가들이 밀리는 축구계 상황이 응집력 있는 한나라당 친박(친박근혜)계에 비해 구심점 없는 친이(친이명박)계 상황이 아닌가.

“(웃으면서) 신념이 같아서 단결이 잘된다면 자연스럽고 좋은 일이지만 이 다음 선거 때문에, (공천을 받아) 선거를 해야 되니까 의원들이 이합집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박근혜 전 대표의 높은 지지율이 지속되면서 대세론이 확산되는 반면 정 전 대표는 지난해 대표직에 있을 때 10%가 넘었던 지지율이 현재 상당히 낮은 편이다.

“(지지율 반등의) 어떤 계기를 마련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정치인의 인기는 목욕탕의 수증기와 같은 것 아니냐. 그 시대에 필요한 사람이 누군지 결국 국민이 잘 판단해서 선택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지금 전보다 관심을 덜 가져준다고 섭섭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2012년 대선에 나올 생각인가.

“(철학자) 세네카의 말 중 제일 좋아하는 것이 ‘공직은 죽음과 같다. 찾아올 때 도망가는 건 어리석고 감투라고 찾아다니는 것도 어리석다’란 구절이다.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2012년의 시대정신은 뭐가 될 것으로 생각하는지….

“지금 중동에서 오는 길이다. 한국에서 중요한 이슈는 알고 보면 다 국제적인 문제다. 국내문제와 국제문제를 구분할 수 없는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다. 구제역만 해도 감염 경로가 해외로 추정된다. 남북관계도 국제문제다. 중국의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는지도 중요하다. 우리 외교, 국방, 안보는 생존의 문제다. 한국처럼 외교가 국정에서 중요한 나라는 없다. 국가 최고책임자의 제일 큰 역할은 외교, 안보라고 생각한다.”

―대선에서 ‘외교안보 대통령’을 지향하겠다는 뜻이냐.

“그렇게 이해해도 된다.”

―대선을 겨냥해 가시적인 정책이나 프로그램을 공개할 계획이 있는지….

“국정운영 전반에 대해 세계적인 석학들과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 그분들과의 대화 내용을 책으로 내려 한다. 얼마 전에도 (프랑스의 문명 비평가) 기 소르망 씨와 4시간 동안 이야기를 했다.”

―정치권에서 ‘복지 포퓰리즘’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다.

“‘과거에 지은 밥’을 나눠 먹는 데 집중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일본 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천당으로 가는 길을 안다며 함께 가자고 하는 사람을 따라가면 지옥으로 간다’는 말을 했다. 복지는 시장경제가 되면서 발전했지 사회주의나 포퓰리즘이 복지를 발전시킨 경우는 없다.”

―국회에서 연내에 개헌을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18대 국회 초 미래헌법연구회에 186명의 의원이 참여했다. 그런데 여야 지도부에서 ‘개헌논의를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우리가 뭘 논의할지 스스로 정하지 못하고 위에서 결재 받아 논의하는 수준이라면 ‘유신국회’ 아니냐. 국회에선 모든 걸 다 논의해야 한다. 그러나 언제까지 (개헌을 하자고) 정해 놓고 한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결론을 미리 내는 것도, 청와대나 대권 주자가 ‘하라 마라’ 해서도 안 된다.”

―대기업 총수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서민들과 다소 거리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친의 도움으로 제가 경제적 여유가 많은 편이고 그것 때문에 서민을 잘 모른다고 지적하는데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꼭 머리 빠지는 사람만이 발모제를 개발해야 하느냐. 어떤 분이 그러는데 정치인이 서민이라는 말을 쓰면 ‘너는 서민으로 계속 남아서 날 찍으라’는 얘기같이 들린다고 한다. 나는 20년 동안 울산에서 국회의원을 하면서 많은 근로자 서민을 중산층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 서민보다 중산층이 많아지게 하는 게 선진국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총선·대통령 선거 앞둔 2011년 정치권은…
▲2011년 1월4일 동아뉴스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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