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무상급식 조례’ 의장직권 공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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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불법… 효력정지 신청 내겠다”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서울시의회가 올해 서울시내 초등학교에서 전면 무상급식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서울시 친환경 무상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를 6일 공포하자 서울시가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혀 무상급식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은 이날 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자치법 제26조 6항에 따라 의장 직권으로 조례를 공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는 “조례 자체가 불법적인 만큼 조례 무효 소송은 물론이고 효력정지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반발했다.

○ “엉터리 조례로 저소득층 급식 피해 우려”

서울시는 이번 조례 공포로 기존 급식 조례가 무효화됐기 때문에 소득 하위 5% 가정의 중고교생 3만4000여 명에게 지원하려던 급식비 지원 사업이 무산됐다고 밝혔다. 새 조례는 소득에 상관없이 초중학교의 무상급식만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기존 급식 조례처럼 소득 수준에 따른 지원 근거는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것. 또 저소득층 초등학생 급식 지원 비율을 지난해 11%에서 올해 16%로 5%포인트 높이기 위해 편성했던 278억 원의 예산도 시의회가 삭감한 상태여서 저소득층 학생의 급식 지원이 차질을 빚는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적 시한인 19일 이내에 법원에 이 조례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구제해야 할 급박한 상황을 이유로 제기하는 제도인 만큼 대법원에 내는 조례 무효확인 소송과는 별도로 진행될 예정이다.

○ 압박수위 더 높이는 시의회와 구청장

하지만 서울시의회는 오세훈 시장에게 더욱 강한 톤으로 무상급식 실시를 요구하고 나섰다.

허 의장은 “시의회가 편성한 무상급식 예산을 집행하지 않는 것은 지방자치법상 단체장의 관리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라 또다시 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12월 29일 시의회에 출석하지 않은 오 시장을 직무유기로 검찰에 고발한 데 이은 추가 대응을 시사한 것.

시의회의 강경 대응 방침 속에서 서울시구청장협의회(회장 고재득 성동구청장)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무상급식 지원 예산 695억 원 등 시의회가 시장의 동의 없이 신설한 예산을 즉각 집행하라고 요구하며 시의회를 지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소속 구청장이 이끄는 강남, 서초, 송파, 중랑구는 이날 “아무 협의도 없이 시 예산 문제를 협의회 이름으로 거론한 것은 유감스러운 행동”이라며 다른 목소리를 냈다.

○ 해결 안 되나?

서울시의회는 전면 무상급식 도입을, 오 시장은 점진적 확대를 주장하고 있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서울시교육청과 구 예산만으로도 시내 21개 구에서 초등학교 4개 학년의 무상급식을 실시할 수 있다는 점도 협상의 여지를 없애고 있다. 이미 4개 학년이나 실시되기 때문에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둔 시의회가 양보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는 것. 오 시장 역시 같은 이유로 한발 물러서면 전면 무상급식이 실현되기 때문에 입장 변화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양측의 갈등 국면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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