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대선행보에 들어간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견제하는 친이(친이명박)계 인사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30일 ‘우상화’란 강경한 표현을 사용하며 친박(친박근혜) 진영을 정조준했다. 친박 진영은 공식 반응을 자제했지만 양측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 “박근혜 우상화 정권 창출 도움 안 돼”
홍 최고위원은 30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요즘 친이계 의원조차도 박 전 대표에 대해 비판하지 못하는 분위기로 ‘박근혜 우상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박 전 대표를 비판하면 친박 인사들이 벌떼처럼 달려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박 전 대표뿐 아니라 한나라당의 정권 재창출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홍 최고위원은 또 “정부 여당이 총체적으로 어려운 시점에 박 전 대표가 대선 출정식을 연상시키면서 정책 브레인들을 가동하는 것은 대통령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을 가속화할 수 있다”며 “너무 성급했고 역풍이 일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세론이 풍미했던 2002년의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시절과 비교했다. “2000년 무렵 이회창 총재 시절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이 총재 측근들이 ‘사실상 DJ(김대중 대통령)는 무력화됐다, 이 총재는 7년 대통령’이라고 떠들고 다녔다. 결국 이 총재는 강력한 견제를 받고 ‘병풍사건’이 다시 불거져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
○ “미래 비전과 복지 균형 있어야”
정몽준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표의 ‘복지이슈’에 대해 “복지만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치인들이 다들 복지를 얘기하는데 미래에 대한 비전과 복지를 균형 있게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15개 정부 부처 중 하나라도 펑크가 나면 대한민국에 재앙이 온다”며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감각”이라고 강조했다.
친이계 소장파를 대변하는 정두언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문화예술특위가 26일 영화배우 이덕화 유지인 씨 등 대중문화 예술인들을 자문위원단으로 대거 영입해 임명장을 줬다”며 “이들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자문위원단이) 저의 싱크탱크로 오해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박 전 대표가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국가미래연구원을 발족시킨 상황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친이계 실세인 이재오 특임장관이 이날 새해 휘호로 정한 ‘약시우강(若時雨降)’도 미묘한 파장을 낳았다. 맹자 ‘양혜왕 장구’ 하편에 나오는 ‘약시우강’은 때맞춰 비가 내린다는 뜻이다.
이 장관은 “올해 안보를 다졌으니 내년에는 남북 평화 공존을 위해 북한과 대화할 때가 됐다는 뜻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장관이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선 박 전 대표를 향해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이에 대해 친박계 서병수 최고위원은 “그런 문제에 일일이 대응할 수 있나. 부딪쳐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친박계 의원은 “이러고도 상생을 얘기하나”라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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