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南 사격훈련땐 2차 3차 타격”]연평 주민들 “그날 이후 잠도 못자는데 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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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북한의 포격 도발이 있었던 지난달 23일) 이후로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있는데 (북한이) 또 겁을 주니 어떻게 안 무섭겠어요.”

북한의 기습적인 포격으로 큰 피해를 본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17일 만난 한 주민은 북한이 “연평도에서 사격훈련을 하면 제2, 제3의 타격을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는 소식을 듣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 군이 북한의 포격 도발 이후 중지한 사격훈련을 다시 시작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하루 만에 북한이 ‘협박’을 가하자 연평도 주민들은 크게 동요하는 모습이다. 뉴스를 지켜보던 한 주민이 “설마 정말 대응사격을 하진 않겠지”라고 말하자 옆에서 함께 있던 다른 주민들이 “민가도 공격했는데 못 할 리가 없다”, “안일하게 생각하다 또 앉아서 당하려고 그러느냐”고 반박했다. 일부 주민은 사격훈련을 앞두고 군사차량이 수시로 마을에 나타나는 등 군의 움직임이 긴박해진 것을 보고 “사격훈련을 정말로 또 하는 모양”이라고 불안해했다. 반면 김동원 씨(51) 등 일부 주민들은 “이번 기회에 우리 군의 힘을 보여주고 다시는 북한이 도발을 못 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격훈련 소식이 전해지면서 입도 주민의 증가 추세는 꺾였다. 17일 인천 연안부두를 출발한 여객선으로 주민 29명이 연평도에 돌아왔지만 섬에 남아 있던 주민 29명이 사격훈련 재개 소식을 듣고 섬을 빠져나갔다. 연평도 체류 주민은 전날과 같은 116명을 유지했다. 다만, 주민들은 긴장되는 상황에서도 생업을 포기할 수는 없다며 하던 일을 계속 하는 모습을 보였다. 식당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사격훈련을 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꽃게 냉동고와 한파로 언 수도관 등을 정비하기 위해 16일 섬으로 돌아왔다”며 “다소 불안하긴 하지만 앞으로는 인천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추위로 연평도 곳곳에서 수도관이 동파돼 주민들이 생활용수를 사용하지 못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 최근 섬으로 돌아온 일부 주민들은 오랫동안 관리하지 않은 보일러가 고장 나 전기담요 등으로 간신히 추위를 피하기도 했다.

연평면사무소는 사격훈련에 대비해 17일까지 대연평 12곳, 소연평 1곳의 방공호 상태를 점검하고 수량이 부족하거나 못 쓰게 된 구급약품, 생수, 담요, 난방기구 등을 교체·정비했다.

외국 주요 언론의 취재진은 이번 사격훈련 재개에 따른 남북한 대치 상황을 전 세계로 타전하기 위해 속속 연평도로 몰려들었다.

연평도=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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