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도 포격 도발]도마오른 연평도 정부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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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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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폭 10일째인데 더딘 복구… 겨울 다가오는데 뒷짐 구호

연평도 상흔 치우고 치워도… 북한의 포격으로 폐허로 변한 서해 연평도의 주택가에서 2일 한 주민이 골목을 청소하고 있다. 포격을 당한 지 열흘이 지났지만 연평도 곳곳에는 무너진 민가와 움푹 팬 도로, 검게 탄 수풀 등 포화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연평도=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연평도 상흔 치우고 치워도… 북한의 포격으로 폐허로 변한 서해 연평도의 주택가에서 2일 한 주민이 골목을 청소하고 있다. 포격을 당한 지 열흘이 지났지만 연평도 곳곳에는 무너진 민가와 움푹 팬 도로, 검게 탄 수풀 등 포화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연평도=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북한의 포격 도발로 연평도를 떠나 찜질방에서 피란민 생활을 한 지 2일로 10일째가 됐지만 연평도 주민들에 대한 피해 복구 대책에 큰 진전이 없어 ‘정부는 도대체 뭐하고 있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인천시와 옹진군이 정부를 대신해 연평도 응급복구와 주민 이주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주민들의 요구와는 많이 동떨어져 있어 오히려 주민을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북의 포격 도발이라는 초유의 위기 상황을 수습할 ‘컨트롤 타워’가 없어 피해 복구가 중구난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 더딘 연평도 복구

연평도는 북의 포격 도발로 주민 21명이 다친 가운데 주택 118채가 부서져 50억여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50여 척에 이르는 꽃게잡이 어선 조업이 중단되고, 식당과 숙박업소 등도 당분간 영업이 불가능해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마을 복구는 당장은 요원한 상태다. 본격적인 복구작업은 겨울이 지나야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일각에서 나올 정도다. 옹진군은 당초 2일 굴착기 등 복구장비를 연평도에 들여와 마을 복구에 나서려고 했으나 이 계획을 취소했다. 포격 피해로 부서진 집을 철거하거나 파편을 정리하기 위한 주민 동의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중장비가 들어와도 손 쓸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연평면 관계자는 “주민비상대책위원회와 마을 복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지만 이날 연평도로 들어온 한 주민은 “행정당국으로부터 포격 피해를 본 집들에 대한 복구대책에 관해 어떤 언질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이날 오후 여객선을 타고 인천으로 돌아간 한 주민은 “피란 생활이 길어지고 보상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주민들의 신경이 매우 예민해져 있다”고 전했다.

○ 컨트롤 타워 없어 복구대책 겉돌아

연안부두 인근 찜질방 ‘인스파월드’에서 10일째 숙식을 해결하고 있는 400여 명의 주민들은 임시 주거지가 마련되지 않아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주민들이 지내는 찜질방도 3일간은 이곳 주인이 무료로 제공했고, 100여 명의 연평도 학생들이 5박 6일간 영어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었던 것도 인천영어마을의 배려로 이뤄진 것이다. 인천시는 구 도심지역의 다가구주택 400채, 경기 김포시 양곡주택단지의 미분양아파트 155채, 건설기술교육원 숙소 등을 임시 주거지로 제시했지만 주민들은 “어업으로 생계를 꾸려가야 하는데, 시 측이 제안한 임시 주거지는 연평도 생활권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며 거부했다. 정부는 언론에 주민들이 초라한 난민촌에 방치된 것처럼 비치자 인천시에 이주 문제 해결을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주민들은 “위험해진 연평도에서는 더는 살 수 없다”며 인천 등으로 영구적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연평도가 ‘빈 섬’이 될 수 있다며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부는 임시주거지 마련을 포함한 당장의 주민 대책을 인천시에 맡기고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인천시 관계자는 “주민 협상이 필요하고, 재정 지원도 필요한 사안이어서 조속한 해결이 쉽지 않다”고 했다. 주민들의 ‘특별재난 구역 선포’ 요구는 태풍 홍수 화재 등에 적용하는 특별재난 요건에 맞지 않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어민들이 북한 도발 이후 조업을 하지 못해 발생한 손실액은 이날 현재 약 97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지만 이에 대한 대책도 전혀 없는 상태다. 어민들은 “피란 나온 주민 임시 주거지 마련도 제대로 해결 못하는 상황에서 조업 중단에 따른 어민 피해와 관련해 어떤 해결책을 기대할 수 있냐”며 한숨을 쉬고 있다.

피해 복구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기 위해서는 복구 전 과정을 일사불란하게 지휘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올 3월 천안함 폭침 사건 당시 구조작업에 나섰다가 침몰한 금양호 사건 수습 때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농림수산식품부, 인천시 등 관련 기관이 공동 대응한 것처럼 이번에도 정부 합동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복구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해 인천시는 이날 “국무총리실 산하에 종합대책반을 구성하거나 인천 현장에 정부 TF팀 설치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인하대 김민배 교수(법학과)는 “민방위훈련이 매달 실시되고 있지만 실제 비상상황 발생 시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매뉴얼이 없다는 것이 이번 연평도 포격 사건에서 여실히 드러났다”며 “피해 복구 과정을 포괄하는 위기관리시스템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연평도=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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