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에 잠긴 국감… 상임위-피감기관 관계없이 연일 격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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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국민투표하자” 與 “국론분열말라”

반환점을 돈 올해 국정감사에선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여야 공방의 포연이 자욱하다. 국감을 진행하는 국회 상임위나 피감기관과 상관없이 야당은 전방위로 4대강 사업 비판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야당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맞서고 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국민투표 실시라는 ‘히든카드’를 꺼내든 야당과 여론전에서 밀려서는 안 되는 여당이 국감장을 무대로 ‘강(强) 대 강(强)’ 맞대결을 펼치는 양상이다.

14일 열린 국감에서도 여야는 상임위를 불문하고 4대강 공방을 이어갔다. 가장 첨예하게 맞붙은 곳은 감사원에 대한 국감이 열린 법제사법위였다. 감사원이 4대강 사업 감사를 하며 주심위원으로 이명박 대선캠프 출신인 은진수 감사위원을 선정했다가 최근 교체한 것과 감사가 지연되고 있는 점 등이 논란이 됐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은 감사위원의 교체와 관련해 “문제를 지적하니까 바꾸는 것은 4대강 감사 발표를 예산이 다 통과된 뒤 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이은재 의원은 야당의 거듭된 공세에 “야당이 정치적 공세로 오히려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도 국감에 나선 행정안전위에서도 야당 의원들은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정조준해 ‘4대강 비판’ 공세를 이어갔다. 민주당 장세환 의원은 “팔당을 유기농의 메카라고 하더니 4대강 사업 이후 (김 지사의)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며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것이냐”고 김 지사를 몰아세웠다. 이에 김 지사는 “유기농 농사를 짓는 것과 무단 경작을 하는 것은 다른 차원이다”며 “(내가) 대통령 눈치를 왜 보느냐. 도민의 눈치를 봐야지”라며 맞받아쳤다. 이날 환경노동위의 한강유역환경청 국감과 지식경제위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국감 등에서도 4대강은 단골 메뉴였다.

그동안 진행된 국감에서 4대강의 최대 격전지는 4대강 사업의 주무부서인 국토해양부를 담당하는 국토해양위였다.

8일 부산지방국토관리청 등을 대상으로 국감에 나선 국토위에서는 한나라당 송광호 위원장이 국감 종료를 선언하자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추가 질의를 요구하는 야당 의원들이 1시간여 동안 국감장에서 시위를 하는 이례적인 일까지 벌어졌다. 국토부에는 4대강 관련 의원들의 요구 자료만 8112건이나 쏟아졌다.

민주당은 박 원내대표가 4일 국감 시작과 함께 “4대강 사업 반대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뒤 지도부가 잇달아 4대강 사업에 대한 국민투표 실시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국감에서의 4대강 공세 수위를 점점 높여가는 분위기다.

이에 대한 한나라당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4대강은 정당한 국책사업으로 국민투표 요건이 안 된다”며 “국감 내내 4대강 공세에도 (이 사업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게 밝혀진 만큼 국론 낭비를 그만둘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큰 이슈가 없는 가운데 ‘4대강 국감’이 반복되자 270개 단체가 연대한 ‘국정감사 NGO모니터단’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4대강 등은 이미 국감 이전에 쟁점이 된 사안으로 국감에서 재탕되면서 국감의 신선도와 긴장감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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