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은 당 대표자회를 마친 뒤 10월 초부터 김 위원장이 노동당 총비서로 추대된 데 대한 경축행사를 전국적으로 벌이면서도 김정은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고 한다. 대대적으로 선전하지 못하는 것은 김정은이 후계자로 지명된 것에 대해 주민들의 눈치를 보는 모양새다.
중국 접경지역에 사는 북한 주민 A 씨는 “스물 몇 살짜리가 후계자가 됐다니까 우리 동네 사람들도 다 기막혀하는 눈치지만 공개적으로 말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사람들이 먹고살기도 바쁜데 그런 후계 문제에 신경 쓰기도 귀찮아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탈북자 김성일(가명) 씨는 “엊그제 북한의 형제와 통화했는데 ‘나라가 다 미쳐가고 있다. 아들에게 물려주는 것까진 그런가 보다 하겠는데 군대하고 전혀 상관없는 김경희나 최룡해까지 대장으로 승진한 것을 보면 정말 말세다. 가족만 없으면 이제라도 확 남조선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에 외화벌이 일꾼으로 나와 있는 한 북한 사업가는 “김정은이 나이가 어려 무슨 경험이 있어 북한을 이끌겠느냐”며 불신을 드러냈다. 이 사업가는 김정은이 지금까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잘 알려지지도 않았고, 알려진 업적도 없는 데다 지금 가뜩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북한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것. 그는 북한주민들이 김 위원장에게로 권력이 넘어갈 때도 그다지 존경과 신뢰를 보내지 않았는데 지금은 경제 상황도 나빠져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를 반길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는 것이 북한에서 들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중국에 나와 근무하고 있는 20대 후반의 북한 여성은 “나이도 나와 비슷한데 그런 그가 고위직을 맡아 무슨 능력을 보여주겠느냐”며 “그를 찬양하는 노래로 ‘척척척척척 발걸음 우리 김 대장 발걸음’ 등의 가사가 담긴 ‘발걸음’을 배우기는 하지만 마음으로 우러나와 부르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또 다른 소식통이 전했다.
한편 소식통은 “중국 지린(吉林) 성 옌볜(延邊)조선족 자치주의 조선족 동포들은 ‘지금이 왕조시대도 아니고 같은 민족으로서 부끄럽다’고 말하기도 한다”며 “김 위원장은 자기 자식이라고 권력을 물려줬지만 권력 이양이 제대로 순조롭게 될지는 두고 봐야 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김정은 어떤 직책 맡든 자금줄 장악못하면…”
▲2010년 10월5일 동아뉴스스테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