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北이 핵-천안함-국군포로 중 한가지만 전향적으로 나오면…”

동아일보 입력 2010-09-21 03:00수정 2010-09-23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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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약해지는 대북정책… 與, 北과 접점찾기 탐색 정부 여당 내에서 ‘천안함 출구전략’을 포함해 남북관계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징후가 여러 건 포착되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20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북한이 핵, 천안함 폭침사건, 국군포로 송환 문제 중 어느 한 가지에서만이라도 전향적인 태도를 취한다면 정부는 북한의 다양한 요구에 응할 자세가 돼 있다”며 “더 이상 천안함에만 매달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국군포로 송환 문제의 경우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지난해 10월 싱가포르에서 북한 김양건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만나 거의 해결했는데 나중에 송환 규모 때문에 꼬인 것”이라며 “북한이 남측에 적절한 명분만 준다면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는 정부의 공식 자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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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10일 방영된 러시아 국영 TV와의 인터뷰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죄’를 촉구했다. 김태효 대통령대외전략비서관도 15일 국방개혁 세미나에서 “대규모 대북 인도적 지원은 천안함 사과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천안함 사건 후 발표한 제재 목적의 ‘5·24 대북조치’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내부 기류는 조금씩 변화하는 조짐이다. 특히 “이젠 더 이상 천안함에만 매달리지 않는다”는 여권 핵심 관계자의 언급은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늘릴 수도 있다는 태도로 주목된다.

이재오 특임장관이 19일 KBS 1TV에서 “북한은 잘못에 대해 사과할 줄 알아야 한다”면서도 대북 특사와 관련해 “기회가 오면 누구든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언급한 것도 여권 핵심부의 분위기를 반영한다. 이 장관은 대북 쌀 지원 문제에 대해 “(남북 간에) 신뢰의 과정이 있어야 더 급하다고 하면 더 줄 수 있고, 물꼬가 트이는 것”이라며 “5000t 주고 다 줬다고 할 것은 아니다. 북한이 어렵다고, 도와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신뢰의 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최근 미 정부 당국자가 “이 대통령이 당초 북한의 잘못 인정과 사죄를 요구했지만 지금은 애도를 표시하는 선으로 약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는 워싱턴포스트의 17일 보도도 한국 정부 내부의 달라지는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많다.

▼ 정부 공식입장은 “北사과 전제돼야” ▼

이런 기류 변화에는 천안함 딜레마가 깔려 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 김성환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 등 정부의 공식 외교안보 라인은 천안함 문제를 매듭짓지 않고는 대북관계를 원활하게 풀어갈 수 없다는 원칙론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북한이 응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임 실장,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이 특임장관, 김덕룡 대통령국민통합특보 등 여권 주요 인사들은 ‘정치적 고민’을 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안정적 개최를 위해 북한을 ‘관리’할 필요가 있고, 장기적으로도 남북관계 악화는 2012년 총선 및 대선 국면에서 여권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여권 일각에선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정부가 서서히 방향을 트는 배경에 대해 또 다른 여권 핵심 관계자는 “대북 압박 일변도 정책은 중국 때문에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한국과 미국이 북한을 압박하는 바람을 계속 불어넣어도 중국 쪽으로 다 빠져나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섣불리 남북관계 개선에 나설 경우 ‘원칙 실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北 사과없이 대화없다더니…美 천안함 출구전략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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