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柳외교 딸 5급특채 파문]뒤숭숭한 외교부 ‘서울랜드’ 인맥 도마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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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피 비난글… 수차례 다운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특별채용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면서 외교부는 3일 하루 종일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외교부 홈페이지는 유 장관과 외교부를 비난하는 글이 폭주해 여러 차례 다운됐다.

이날 외교부 고위 당국자들은 “이번 채용은 법적으로 정당한 절차를 거친 것”이라며 해명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채용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졌다며 “장관 딸이라고 해서 역차별을 받아선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일부 직원은 장관을 보좌하는 참모진의 잘못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유 장관이 ‘장수 장관’으로 오래 재직하면서 측근들이 요직을 독차지하고 있어 장관 귀에 거슬리는 얘기를 하기가 쉽지 않은 게 외교부의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미국 국무부가 힐러리 클린턴 장관의 선거 캠프 출신으로 채워진 ‘힐러리 랜드’라는 말이 나오는 것처럼 한국 외교부는 장관이 나온 서울고와 서울대 동문들이 요직을 독차지하는 ‘서울 랜드’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지금 같은 조직 구성으로는 장관 딸이 혼자 합격해도 괜찮다는 안이한 판단을 하고, 그것이 잘못됐음을 깨닫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행정고시 폐지 논란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터진 이번 특채 논란이 앞으로 어떤 파장으로 번질지 주목된다는 얘기도 나왔다. 유 장관 딸의 특채 논란은 일부 특권층 자녀가 고시를 통하지 않고 인맥으로 공직에 진출하는 구조가 낳은 것이라는 비난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외교부가 구상하는 외교아카데미 설립 문제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외교아카데미가 서류전형에 이어 필기시험을 보기 때문에 특채와는 다른 점이 있지만 영어면접 비중이 높기 때문에 외교관 자녀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 장관 딸의 이번 특채 논란은 1명만 문제가 됐지만 외교아카데미는 자칫하면 대형 특혜시비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며 “이번 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특혜 논란이 없도록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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