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대통령 2명에 금도장’ 녹취록 조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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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발언 李씨 “흥분상태서 근거없이 한 말” 한발 빼“국새 전통방식 안따랐다” 의혹엔 제작과정 시연 검토

제4대 국새(國璽) 제작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서울지방경찰청은 민홍규 국새제작단장(56)이 전직 대통령들에게도 선물용 금도장을 전달했다는 내용이 담긴 전화 녹취록을 입수해 조사하고 있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은 국새 제작에 주물장인으로 참여했다가 금 횡령 의혹을 제기한 이창수 씨(46)가 지인과의 통화에서 “(민 씨가) 전직 대통령들에게도 금 도장을 만들어 전달했다”고 말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확보했다. 이 녹취록에서 이 씨는 2명의 전직 대통령 이름을 거론했다.

경찰은 이르면 이번 주말 민 씨를 소환해 국새용 금을 횡령했는지, 남은 금으로 만들었다는 금도장을 유력 인사들에게 전달했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민 씨가 국새를 제작하기 이전부터 금도장을 만들어 유력 인사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국새용 금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매입한 금으로 도장을 만들어 나눠줬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씨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흥분한 상태에서 근거 없이 (전직 대통령에게 금도장을 줬다는) 말을 했다”며 “민 씨에게서 전직 대통령들에게 도장을 줬다는 이야기를 직접 들은 적은 없다”고 말을 바꿨다.

경찰에 따르면 민 씨는 2007년 1년간 16개의 금도장을 만들었다. 2007년 초에 만든 12개는 최양식 경북 경주시장(당시 행정안전부 차관) 등에게 전달했다. 2007년 말 국새를 만들고 남은 금으로 만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4개의 금도장 중 1개는 정동영 민주당 의원에게 전달하고 나머지 3개는 일반인에게 판매했다.

한편 민 단장이 국새를 전통방식으로 제조했는지에 대한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경찰은 국새가 처음 계약처럼 전통방식으로 만들어졌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민 씨가 계약과 다르게 전통방식으로 국새를 만들지 않았으며 국새 주물 과정은 모두 내가 담당해 현대식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통식’ 제조 기능을 보유했는지 여부를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국새를 녹이거나 쪼개는 등의 물리적인 방법을 동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민 씨에게 직접 주물 제작을 시연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민 씨가 경남 산청군의 ‘대왕가마’에서 전통방식으로 국새를 만드는 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관련 조사 후 민 씨의 금 횡령 여부와 금도장 로비 등도 조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동영상=조선왕조의 유일한 국새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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