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그21 中서 추락… 탈북 시도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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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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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주 공군기지서 214km 거리… 영공 오인 가능성 희박
조종사 1명 숨져… 일부 목격자 “2명 탑승, 1명은 비상탈출”

동체 뒷부분에 뚜렷한 ‘붉은 별’ 17일 중국 랴오닝 성 푸순 현 지역에 추락한 북한 전투기. 한 주민이 사진을 찍어 중국 군사정보 전문 웹사이트 시루왕에 올렸다.동체 뒷부분에 북한 국기를 나타내는 푸른 원 안의 붉은 별이 뚜렷하게 보인다. 기종은 북한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미그21로 추정된다. 18일 현재 추락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동체가 비교적 온전한 것으로 볼 때 격추됐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사진 출처 중국 시루왕 웹사이트
동체 뒷부분에 뚜렷한 ‘붉은 별’ 17일 중국 랴오닝 성 푸순 현 지역에 추락한 북한 전투기. 한 주민이 사진을 찍어 중국 군사정보 전문 웹사이트 시루왕에 올렸다.동체 뒷부분에 북한 국기를 나타내는 푸른 원 안의 붉은 별이 뚜렷하게 보인다. 기종은 북한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미그21로 추정된다. 18일 현재 추락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동체가 비교적 온전한 것으로 볼 때 격추됐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사진 출처 중국 시루왕 웹사이트
17일 오후 북-중 접경지대에서 200여 km 떨어진 중국 랴오닝(遼寧) 성에서 북한 전투기가 추락해 조종사 1명이 숨졌다. 이 전투기의 중국 침입 이유, 추가 조종사 유무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조종사가 비행기로 탈북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 군사정보 사이트로 알려진 시루왕(西陸網)은 북한 군용기 한 대가 17일 오후 4시 반경 랴오닝 성 푸순(撫順) 현 라구(拉古) 향에 추락했다고 18일 전했다. 이에 앞서 17일 밤 국적 불명의 소형 비행기가 이날 오후 라구 향에서 추락했다고 짧게 보도한 관영 신화통신은 하루 뒤인 18일 오후 이 비행기가 북한 비행기로 보이며 북한 측과 이 일로 협의하고 있다는 3줄 분량의 짧은 후속 보도를 내보냈다.

시루왕이 현장으로 소개한 사진 2장에는 전투기 1대가 농가를 허물고 지나가 옥수수밭에 처박힌 모습이 찍혀 있다. 꼬리엔진 부분에 붉은색과 남색 2개의 원 안에 붉은색 별이 박힌 북한 공군기 표지가 그려져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의 주력 전투기인 미그21기라고 전했다.

한국군의 한 관계자는 “이 전투기가 17일 북-중 접경지역인 북한 신의주 공군기지에서 이륙한 것이 레이더에 포착됐다”며 “중앙방공통제소(MCRC)의 레이더 화면에 미그21기로 식별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추락한 동체의 주날개 모양이 삼각형인 것도 미그21 전투기로 추정되는 이유다.

추락 지점은 신의주에서 직선거리로 약 214km 떨어진 곳이다. 신의주 공군기지에는 미그21기와 미그19기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훈련하는 모습이 중국의 단둥(丹東)에서 자주 목격돼 왔다.

추락한 북한 전투기와 같은 기종인 미그21기. 정식 명칭은 ‘미코얀구레비치 미그21’로 옛 소련의 전투기 개발 기술을 집약한 대표적 전투기다. 자료 출처 시루왕
추락한 북한 전투기와 같은 기종인 미그21기. 정식 명칭은 ‘미코얀구레비치 미그21’로 옛 소련의 전투기 개발 기술을 집약한 대표적 전투기다. 자료 출처 시루왕
▼ 몽골이나 러시아 가려다 추락한 듯 ▼

이번 사건의 나머지 내용은 대부분 공개되지 않았다. 현장 부근은 공안 등이 봉쇄했고 보도통제가 이뤄지고 있다고 시루왕과 홍콩 밍(明)보 등은 전했다. 이 때문에 사건 발생 시간조차 매체마다 1시간여의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어느 것이 정확한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인명피해 규모도 엇갈린다. 일단 조종사가 숨진 것은 확실하다. 신화통신은 이날 후속 보도에서 조종사가 현장에서 사망했다고만 언급했다. 추락 현장 부근의 마을 주민들은 한 외신에 “이 비행기에는 조종사 1명이 타고 있었으나 현장에서 사망했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종사가 2명이라는 설도 있다. 밍보는 목격자로 보이는 중국 누리꾼의 말을 인용해 조종사는 모두 2명으로 1명은 사망했고 1명은 낙하산으로 비상 탈출했다고 전했다. 일본 교도통신도 홍콩 언론을 인용해 이 같은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이 부분에서 주민들의 목격담이 엇갈린다”고 밝혔다.

실제 미그21기는 조종사가 1명인 단좌(單座)식이 대부분이나 조종사가 2명인 복좌(複座)식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사진에서는 조종석이 보이지 않아 어느 형식인지 판단할 수 없다.

북한 전투기가 중국 영공 깊숙한 지점까지 침범한 이유에 대해서도 추측이 무성하다. 한 전문가는 “북한에서 이곳까지 비행하려면 몇 분이 걸리는데 조종사가 북한 영공으로 오인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모종의 이유로 조종사가 훈련 도중 비행기를 몰고 탈북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소리다. 또 다른 전문가는 “중국에 착륙하면 다시 북송되는 만큼 러시아 또는 몽골로 가는 도중 추락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추정했다. 추락 지점에서 몽골 국경까지는 약 630km 거리다.

추락 원인에 대한 추정은 그나마 간단하다. 전문가들은 추락한 전투기의 동체가 비교적 온전하고 폭발이나 불탄 흔적이 없는 점으로 보아 중국의 대공방어망에 격추됐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했다. 연료 고갈 또는 기계 고장으로 추락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동체가 비상착륙을 시도한 듯한 모습으로 추락해 있어 이런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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