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 軍 기강해이 어디가 끝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6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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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 풀린 대한민국 군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군 작전용 보트를 유람용으로 사용하다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3일 충남 태안군 모항 앞 해상에서 군 작전용 고속단정(RIB)이 암초를 들이받아 뒤집혔습니다. 배에는 공군 소령 1명과 위관 장교 2명, 부사관 2명 등 군인 5명, 그리고 군인 가족 8명을 포함한 민간인 10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인근 군부대를 방문한 뒤 고속단정을 탔다고 합니다.

사고도 사고지만 고교동창들이 어울려 가족과 함께 작전용 선박을 유람용으로 사용한 사실이 더 충격적입니다. 고속단정은 국방부 소속의 정보부대가 운용하는 선박입니다. 침투와 도하작전을 비롯한 군 작전과 훈련에 사용됩니다. 이런 배를 가족들을 위한 유람용으로 사용했으니 군의 기강이 얼마나 풀어졌는지 넉넉히 짐작이 됩니다.

3일은 천안함 피격 사건이 발생한지 꼭 100일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군이 긴장하면서 경계태세를 강화해야 할 시점에 어이없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사건 발생 이틀 뒤에야 상세한 내용을 발표한 국방부의 태도도 석연치 않습니다. 군 당국도 면목이 없는지 "죄송하다"는 말을 되풀이하면서 "철저히 조사해서 엄벌하겠다"는 다짐을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입니다.

최근 군의 기강해이 사례가 빈발하는 것은 예사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 달 초에는 다국적 해군 연합기동훈련인 림팩(RIMPAC)에 참가했던 해군 함정의 간부 30여명이 하와이에서 가족과 함께 쇼핑과 해양스포츠를 즐긴 사실이 드러나 국민의 지탄을 받았습니다. 현역 육군소장이 간첩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충격적인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군은 천안함 참사와 관련해 감사원 감사를 받았고 군 지휘부의 문책인사도 있었습니다. 군이 총체적인 위기를 맞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겁니다.

어제 합참의장 이취임식이 열렸습니다. 한민구 신임 합참의장은 "천안함 피격사건의 교훈은 군의 태세와 능력, 의지를 확고히 다져 신뢰하고 사랑받는 강군으로 거듭나고 국가안보의 최후의 보루로서 자존심과 명예심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군의 변화가 시급합니다. 한시바삐 추상같은 군기를 회복해 든든한 국민의 군대가 되기를 촉구합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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