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수장’ 문화예술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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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임정지 결정받은 김정헌 위원장 출근 강행… 별도 마련 위원장실로
2심서 판결 뒤집지 않는한 9월 임기까지 권한 유지돼
위원들 “金, 현명한 판단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가 두 명의 위원장이 동시 출근하는 초유의 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08년 12월 문화예술진흥기금 운용규정 등 위반을 이유로 문화체육관광부에 의해 해임됐다가 최근 법원에서 해임처분 집행정지 결정을 받은 김정헌 예술위 위원장은 1일 오전 8시 50분경 지하철을 타고 서울 종로구 혜화동 예술위 본관으로 출근했다. 본관 건물 3층 위원장실에는 2009년 2월 후임으로 취임한 오광수 위원장이 8시 20분경 출근해 근무 중이었다.

예술위 윤정국 사무처장이 김 위원장을 마중 나와 옆 건물인 아르코미술관 3층에 임시로 마련한 별도의 위원장실로 안내했기 때문에 두 위원장이 마주치지는 않았다.

김 위원장은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고 정권이 바뀌더라도 임기가 보장될 수 있게 하기 위해 고민 끝에 출근했다”며 “모레(3일)까지는 휴가를 내고 4일부터 본격 업무를 볼 것”이라고 출근을 계속할 의사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문화부가 자신을 해임하자 바로 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12월 1심에서 “해임 처분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받은 데 이어 지난달 26일 해임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을 받아냈다. 김 위원장의 임기는 올해 9월까지다.

현행법상 김 위원장은 문화부가 서울고등법원에 제기한 항고사건에서 법원의 판단이 달라지거나, 본안소송 항소심에서 법원이 1심과 달리 해임이 정당하다고 판결하지 않는 한 남은 임기만큼 위원장의 권한을 유지할 수 있다. 법원 관계자는 “이런 전례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위원장이 2명 있는 현 체제에 대해서는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 권한이 없기 때문에 위원장의 인사권자나 위원회 내부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화부의 심장섭 대변인은 “문화부로서도 어떤 입장을 견지할 수가 없다”며 “문화부가 항고한 상태이기 때문에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예술위는 이날 오후 10명 위원 일동 명의의 성명서를 통해 “김 위원장이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을 혼란에 빠뜨리는 일은 스스로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숙고와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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